우울증으로 치료받기 시작했고요,
정말 너무 힘듭니다. 제 힘듦을 하소연하겠다는 것은 아니나 아픈 댓글 받으면 제가 정말 무너질 것 같아 무리한 부탁부터 드립니다.
중2부터 많이 우울했다고 털어놓았다고 해요, 정신과 선생님에게.
아이 스스로 선생님에게 그랬대요. 그때는 엄마에게도 모두에게도 숨겼다고,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고, 그때 도움을 청했어야 한다고 느낀대요, 지금은.
엄마인 제가 눈치를 못 챈 것은 아닙니다. 기나긴 변명과 제 입장 설명 썼다가 지웁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요.
중학교땐 자사고를 지망하는 아이였고, (코로나로 인해 추첨제로 바뀌면서 추첨에서 떨어졌어요)
중학교 성적은 좋았어요.
고1 3모 등급은 11111 나왔고요, 공부 잘하는 아이였어요. 자랑이 아닙니다, 아이 상황 설명드리려 말씀드리는 거예요.
우울증 때문인지, 인간관계 때문인지
학원을 거부하고, 공부를 거부하고, 그걸 어찌하지 못해서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1학년 1학기 내신도 별로 였는데 2학기 내신이 완전히 폭망이었어요.
일반고지만 입결이 좋고, 그만큼 내신 따기 어렵기로 소문난 여고여서 그랬는지
성적의 낙폭이 정말 제가 느끼기에도 어마어마 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였어요.
이어지는 모의고사 등급도 엉망진창, 아이는 공부를 더 외면하고 게임에만 빠졌고요.
대학 못가면 어떠니, 요즘은 돈만 내면 받아주는 대학도 많아, 대학 입학생수보다 고등 졸업생수가 많아지는 시대야,
라는 말도 했고, 가까운, 자주보는 사촌이 지방대를 갔다가 뜬금없이 공부를 해서 sky에 입학한 경우도 있어서
괜찮아, 대학은 좀 늦게가도 돼, 공부 하기 싫으면 어쩌겠니.
하고 놔 뒀어요.
그랬더니 이제는, 자퇴를 하고 검고를 보겠다고 해요.
학교의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친구가 없대요.
한편으로는 자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회피 성향이 강한 아이라 지금 학교에서의 어려움을 회피하고 싶을 뿐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문제를 떠나 인간관계, 교우관계의 문제라고 하니 정말 막막하고요.
한편으로는 내신 폭망 때문에 검고를 봐서 비교내신 받아 정시파이터 욕심을 내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그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위에 아이 성적 이야기 길게 쓴 것은 이 부분을 설명하고 싶어서예요. 공부를 하지는 않으면서 바닥을 친 본인의 성적을 받아들이기를 너무 힘겨워하는 게 보여요.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도 않으면서, 다시 하려고 하니 만회가 안된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검고 비교내신, 정시파이터 쉬운 일 아닌거, 진짜 만에 하나가 있기 어려운 일인거 저도 압니다, 제가 거기 욕심내는 게 절대 아닙니다!! 좋은 대학을 원하니, 고등 졸업장을 원하니 묻는다면 저는 두번 생각할 것 없이 고등 졸업장입니다!!)
오늘 학교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잡아놓은 상태예요. 담임 선생님도 많이 안타까워 하시며 저희 아이가 도대체 어떤 아이인지 저와 얘기를 좀 하고 싶으셨대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제가 상담 신청할 때 말씀하시더군요.
오늘 상담을 가면 뭔가 갈피가 좀 잡히겠지요.
남편은 자퇴에 대해, 원한다면 시켜줘라... 하지만 참 막막하다, 라는 입장이고,
가정환경은 감히 말하건대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고,
경제적형편은 아이가 2년 3년의 재수 삼수 사수를 한대도 그럭저럭 뒷받침 해 줄 형편까지는 됩니다. 아주 여유는 없어도요.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는, 어제 자퇴를 얘기하더니,
오늘 등교를 했다가 1교시 마치고 조퇴해서 지금 방에서 잡니다.
제 기분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만, 딱 머리 풀고 통곡하고 싶은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