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천국 속에서 마음만 지옥입니다.

상황은 천국입니다.
남편은 열심히 일하고 자상해요. 아이들은 매우 성실하고 착하며 공부도 잘해요. 아이들 때문에 힘든 건 진짜 1도 없고 늘 감사할 뿐이죠. 경제적으로는 강남에 집 한 채 있고, 현금 재산은 없지만 맞벌이에 안정적인 직장이예요.
직장에서도 능력 있어서 인정받고 있으며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는 제로입니다. 오히려 집에 있으면 잡생각에 괴로울텐데 직장 나오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좀 풀어요.   
부모님도 저 귀찮게 안하시고 시댁 스트레스 제로입니다. 다 좋은 분들이예요.
제 몸 건강하고 성격 매우 밝은 편이며 유머가 있고 말을 재미있게 해서 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편이예요.

천국이죠. 저만큼 상황이 좋은 사람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마음은 지옥입니다.
힘들게 잠들고 깰 때는 심장이 쪼개지는 느낌으로 일어나요. 
선택할 일이 있는데 뭐가 나은지...혹시 잘못 선택해서 후회하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좀 더 나은 걸 갖고 싶은데 그걸 놓칠까봐 너무 무서워요. 선물처럼 주어지는 거라 뭘 선택해도 좋을 걸 아는데 그래도 조금 더 나은 걸 갖기 못할까봐, 다른 걸 선택할걸 그랬다고 후회할까봐 두렵습니다. 

살면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괴로워했어요. 대체로 괜찮은 선택을 했고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상황은 너무 좋은데..이제 뭘 선택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내가 좋은 걸 놓칠까봐 두려워요. 
그러면서 내 인생을 놓치고 있죠. 이렇게 황금기에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또 싫어서 미치겠어요.
남들에게는 배부른 투정이라 말하면 왕따될까 말도 잘 못해요.  남편한테만 말하는데 그 사람도 얼마나 지겹겠어요. 그나마 남편은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는데 너무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요.

오히려 가난하던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살던 시절, 남편이 힘들게 하던 시절 그때는 희망이 있었는데 왠만큼 이룬 지금은 희망보다는 조금이라도 힘들어질까 두렵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든 나날들입니다. 
지옥은 마음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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