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이 약한 건 엄마쪽 집안내림이에요.
엄마가 편도선염에 자주 걸렸고
저는, 모든 사람은 다 자고 일어난 아침엔 목이 따끔거리는 줄 알고 살다 그게 아니란 걸 고3때 알았죠. 목이 안아팠던 적이 없으니까.
그러다 20 대엔 1-2년에 한번은 심한 편도선염으로 입원을 하거나 최소 링거를 이틀 정도는 맞는 게 일상.
그것도 30대가 되니 좀 덜하더라고요. 이제는 5-6 년에 한번 정도 호되게 앓는.
입을 열어 거울을 보면 목구멍 양쪽 편도선에 다닥다닥 붙은 고름덩이들을 보는 것도 뭐 익숙해지면 그럭저럭 아 그렇군 하게 됩니다.
2주 전 중딩 작은 놈을 시작으로, 고딩 큰놈에 이어 저까지 하루 이틀 간격으로 감기를 앓았어요. 애들은 사나흘 약먹고 똑 떨어졌는데, 저는 감기로 시작한 것이 진화해 편도선염이 왔네요. 아 저 반가운 고름딱지들.
열이 꽤 높아 사물의 경계선이 흐릿하게 보여요.
약을 먹어도 뭔가 몽롱하게 발바닥이 땅에서 한 1-2센치 떠있는 기분. 멍하고 몽롱하고 흐릿한 가운데 한번씩 찌르듯 침노하는 날카롭고 명징한 통증. 거의 7-8 년만에 다시 조우하게 된 이 편도선염이 왜 반가우냐면, 문득 잊고 지내던 20대의 그 날들이 떠올라서요. 미친소리인 줄 압니다만, 회춘한 기분이 들어요 하하하하
열에 들떠 제정신 아닌 상태로 쓴 글이니 아 얘가 통증땜에 뱅글 덜아ㅛ구나 해 주세요.
병원에 다시 갑니다.
입원은 안했음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