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낌의 끝판왕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서 별다른 결핍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50이 다 된 요즘 친정집에 가 보면 그게 다 부모님이 얼마나 아껴서 이뤄낸 결과인지, 이제야 눈에 들어오네요.
지난 번에 저희가족이 친정에 가서 자고 온다고 했더니 엄마가 오랜만에 도우미 이모님 불러서 청소를 싹 해 놓으셨던데요.
욕실에 걸려있는 깨끗한 수건이 사포, 샌드페이퍼같이 얇고 거칠더라고요. 닳고 닳았지만 아직도 보이는 글씨는 
"청장배 체육대회, 1987년 몇월 며칠." 
너무 기가 차서 수건 사러 마트에 갔다 온다고 했더니 그럴 거 없다고 새 수건 많다고 하세요. 장에서 꺼내 오신 걸 열어보니까
"청장배 체육대회, 1988년 몇월 며칠."  

전 엄마가 생선을 구우면 왜 사람은 넷인데 맨날 세마리만 굽는 건지.
짜장면도 삼인분만 시키고 엄마는 남은 소스에 밥비벼 먹는게 더 좋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렇게 마르고 닳도록 아껴쓰신 물건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저는 아이한테 이런 모습 보이지 말아야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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