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분들의 위로와 격려로 인해 눈이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 마음 괴로운 일이 있어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약 열흘 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이제 저는 부모없는 50대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그렇게 상전처럼 떠받들던 장손은
정신은 멀쩡하고 단지 걸음이 힘들 뿐인 엄마를 요양원에 집어넣었습니다.
장가간 이후 수 십 년 간 한 번도 그들 집에 초대한 적도 없습니다.
나는 세상에 그렇게 못된 여자가 우리 집에 며느리로 들어온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여자와 백년해로하는 큰 오빠를 보면서 운명이라 생각하고 마음 접었습니다.
엄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그 아들을 얼마나 의지하고 맹목적으로 감쌌는지 모릅니다.
이혼하고 돌아온 큰 딸을 친정으로 불러들여 두 자식까지 키웠지만 그 큰 딸(나의 언니)은
직장도 없이 부모 밑에서 편히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 돌아가시고 몇 달 후 큰 오빠에게 엄마 모셔가라 난리를 부렸습니다.
어린 조카들을 길바닥에 나앉게 할 수 없는 것도
엄마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엄마는 작은 오빠가 살고 있는 도시의 요양원에서 십 년도 넘게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처음에는 엄마 옷과 먹을 것을 사갖고 자주 찾아 뵈었지만
나에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기대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요양원에 계시면서 적적하실까봐 드린 용돈도 큰 오빠 주는 것을 보고
만정이 떨어졌습니다.
작은 오빠도 공부하느라 집안의 돈을 엄청 거덜내기는 했지만
직장 잡은 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 면회를 가면서 돌봐드렸습니다.
어릴 때 우리를 못살게 굴고 폭력을 행사한 것은 두 오빠가 똑 같았지만
작은 오빠는 고생을 하면서 세상살이를 이해한 것도 있고 엄마에 대한 연민도 있어
엄마를 애틋하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객지에 나와서 혼자 힘으로 대학, 대학원 다니고
여자 직장으로는 좀 안정된 곳에 자리 잡아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나의 어릴 적 꿈은 엄마처럼 살지 않는 것이었고
오로지 그 지옥에서 독립하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엄마, 언니, 나 모두 아버지와 오빠들의 욕설과 폭력에 시달렸던지라
저는 어릴 적 부터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결혼하지 않고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엄마 돌아가신 후 유산분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큰 오빠와 작은 오빠에게 남은 돈과 땅을 주라고 했답니다.
어릴 적 내가 공부하고 싶다고 할 때, 객지 생활이 고생스러워 하소연할 때
"내가 네 덕 보고 살 줄 아냐? 이 x아"라고 했습니다.
나는 평생 이 말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말 때문에 내가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내가 사준 옷과 간식을 먹고 내 용돈을 받았으면서ㅠ
명절 때마다 밤늦게까지 음식 만들어 10시간도 넘게 운전해서 내려 간 것도 나인데ㅠ
엄마 생선가시 발라주고 밥 숟가락에 반찬 얹어 준 사람도 나인데ㅠ
큰 오빠는 엄마에게 용돈 한 번 준 적도 없는 인간인데 ㅠ
따뜻한 밥 한 그릇 준 적도 없는 인간인데 ㅠㅠ
엄마는 왜 그랬을까요?
왜 엄마는 맨날 나한테는 섭섭한 것만 있을까요?
엄마 통장에서 남은 돈 중 3백만 원이 못 되는 돈을 작은 오빠가 나에게 주었습니다.
나는 끝까지 엄마 면회가고 뒤를 봐준 작은 오빠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돌려주었습니다.
나에 대한 엄마 마음을 안 이상 그 돈을 받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나는 엄마에 대한 마음을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