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집안에서 자랐던 터라
어쩌면 더 화목하고 안온한 가정을 이상화 했는지도 몰라요.
어쩌면 애를 써서 너무 힘이 들어갔나 싶기도 하고요.
큰아이가 태어났을 때
우리 부부의 장점을 잘 조합해서 많이 닮았더라고요.
남편의 논리적인 부분+저의 깊이 사고하는 것, 예체능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보석밭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어딜 가나 총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어른들이 생각 못하는 부분도 잘 생각해 내는 아이였어요.
그러면서 마음이 참 여린 아이였거든요.
동생이랑도 참 잘지내고 사람들 부러워하게끔 챙기고 그랬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가며서부터
애가 소통이 너무 안돼요. 아니 소통을 거부해요.
저와는 늘 사이가 좋은 편인데도요.
먹는 거 정도의 이야기 외에는 자기 진로나 감정, 기분에 대해서
말하는 걸 극도로 회피해요.
자기는 친구 간에도 감정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억지로 얘기하게 할 순 없지만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누구와도 상담이나 의논, 작은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말을 시키면 영혼없는 눈동자로 쳐다보다가 방에 들어가버려요.
잠시 후에 또 아무일 없었다는 듯 나오고요.
그러다보니 일일히 여기에 다 쓸순 없지만 너무나 힘든 일이 많습니다.
집안에서 섬처럼 있는 아이를 보면 너무나 갑갑해요.
성적이 좋은 아이인데
작년 입시에서 떨어진 후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아요.
친구도 만나고 외출도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말도 못꺼내게 해요.
어제도 '넌 진로 어떻게 하고 싶니?'라고 물어봤으나
묵묵부답 방으로 들어가 버리네요.
'엄마는 중요한 일이니까 너랑 의논하고 싶어서 그런거야.
그럼에도 네가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하게 할 순 없지.
말하고 싶을때 해...' 라고 했지만
너무 속이 타고,
아이가 저렇게 무건운 짐을 혼자 지고 혼자 침식해 들어가는 모습이
마음 아파서 눈물이 납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아무리 과거를 뒤집어 보아도
잘 모르겠어요.
전 불완전한 인간이고, 실수도 많이 하지만
최선을 다해왔고, 아이의 마음에 다가가려 노력했습니다.
유연하게 변화하려,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애썼고요.
그럼에도 지금 남는건 실패감이네요.
아이가 힘들텐데, 아이 마음에도 다가갈 수가 없고 울 밖에서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도, 남편도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도와줄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하지만
아이는 내민 손이 무안하게 휙 돌아서 자기 굴로 돌아가버립니다.
아이가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