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자세한 치질수술체험기+질문 받아요.

지난 주 목요일에 치질수술 받았어요.
배변시 출혈이 너무 심해서 지체할 수 없었거든요.
4기로 매우 심각한 상황.
밖으로 돌출된 모양도 5개라고 들었어요.

월요일
진료+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초음파 기타 검사들+대장내시경 검사용 오라팡 구매.(물에 녹여 먹는 가루는 5000원이나 알약은 3만원, 그런데 녹여 먹으면 물 양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해서 알약으로 구매)

화요일
아침점심저녁 모두 흰쌀밥만 먹고 저녁 7시부터 물 한 잔 마시고 오라팡(알약) 14정을 30분 동안 나눠서 복용하고 물 1리터 먹기 

수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고 오라팡(알약) 14정을 30분 동안 나눠서 복용하고 물 1리터 먹기 
그 뒤로 화장실에서 영혼까지 쏟아내기
나중에 소변처럼 건더기 없이 맑은 물이 나오면 대장내시경 준비 완료
8시 20분에 수면 대장 내시경하러 감(비수면 5만원, 수면 15만원 정도)
그리고 목요일 8시 반까지 수술하러 가기로 결정(2박3일 예정)
점심 저녁은 그냥 제한 없이 식사.
밤 12부터는 완전 금식
다음날 새벽5시부터는 물도 먹으면 안 됨.

목요일
8시 반에 세면도구, 수건, 슬리퍼, 좌욕대야(병원에서 구입 11000원, 잘 휘는 부드러운 재질로 변기 위에 얹어 쓸 수 있는 디자인) 충전기 등 안내문 참조하여 준비하여 입원.
병실(6인실-28000원? 정도, 다 차지 않아서 4명 정도 있었음) 배정 받고 가운으로 갈아 입음.
먼저 링거 꽂음-바늘이 굵어 처음엔 겁나 아픈데 수술받으면 있는지 없는지 별 신경도 안 쓰일 만큼 그냥 그럼.
수술 전 무통 주사(15-20만원) 선택할지 결정해야 함. 70%정도 고통을 줄여준다고 함.
9시 반 정도 수술함. 약 30분 정도 소요.
척추 마취 엎드린 자세로 귀에 음악 틀어줌(가요 클래식 등 몇 가지 중 고르라고 함).
간간히 단백질 타는 냄새도 나고 엉덩이 주변으로 뭔가 느껴지고 도구 움직이며 올려놓는 느낌도 듬.
뭔지 복부팽만,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들어 나중에 말했더니, 척추마취라 배 부분은 마취가 안 된 거기 때문에 느껴진다고 함.
병실로 내려오니 10시 10분 정도.
그때부터는 무려 8시간 동안 머리를 들 수 없음.
척추마취 부작용이 두통인데,머리를 들면 마취액이 머리로 갈 수 있어서 반듯하게 누워서는 베개도 못 배게 함. 옆으로 누우면 베개 사용 가능.
그 8시간이 힘들었고 마취 풀릴 때 굉장히 추웠음. 
처음엔 참다가 도저히 안 되어 간호사에게 요청, 담요 3개 덮었음.
8시간 동안 엎드려 소변을 봐야 하는데 그게 안 되어 용만 쓰다가 
8시간 지나고 화장실에 가서야 소변 봤음.
소변을 봐야 물을 마실 수 있어서 목이 좀 말랐지만 그게 너무 힘들지는 않았음.
밤에 수술 후 첫 대변 보았는데 묽게 나옴.

금요일
아침부터 식사 나옴.
대변 피하려 적게 먹으면 절대 안 됨.
오후부터는 좌욕을 하루 4-6번 정도하고 2시간마다 거즈 교환해야 함.
좌욕시 뜨거운 물로 하면 혈관을 팽창시키므로 미지근한 물로 해야 함.
병원 화장실에 호스로 연결된 물과 버블 나오는 기계 있어서 그것 사용함.
오후에 배변 두번째 함 .

토요일
아침 먹고
오전 8시 반 퇴원

무통주사를 달고 내려왔지만 마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하루 3번까지는 2시간 간격을 벌려서 진통제를 맞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첫날 둘째날 아파서 하루 3번 진통제 맞고, 퇴원하는 3일째도 퇴원 전 한 번 맞고 나왔어요.
엉덩이가 타들어가는 느낌이고 무통주사 없었으면 정말 너무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퇴원 후
진통제 항생제 소화제 든 약 처방 받아서 아침 저녁 먹고 
따로 진통제와 변비약을 주었는데, 진통제는 하루 총 3번 가능한 거라 따로 준 거는 한번밖에 못 쓰는 거라 점심 정도에 먹고 변비약을 먹었더니 너무 변이 묽어져 안 먹고 있어요.

지금 7일째 맞고 있는데 여전히 불편합니다.
수술 후 2주 동안은 운전 금지(돌발적인 브레이크 엑셀 밟으면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므로)
4주까지 운동 금지예요.
도넛 방석 사서 쓰는데 없었으면 그냥 앉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좌욕은 하루 4-6번 하라고 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번하고 적당히 나누어서 합니다..

의사 선생님이 대변 볼 때 3분 이상 앉아있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수술 후에 대변 보면서 힘을 꽉 줘야 한다고 하고요.
식사는 꼭 본인이 하던 평소만큼 먹으라고 했어요.
저는 살을 빼야 하는 지라 좀 적게 먹었지만 3번 나누어서 골고루 먹고 있어요.
배변 후 약간 피가 나는데 좌욕 하면 아주 조금 편해져요.

가장 중요한 팁 한 가지라면
소변을 보기가 힘든 게 괄약근까지 같이 힘을 줘야 하는 거라 아프면 몸이 저절로 힘을 못 줘서 소변이 나오지 못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첫 소변 보기 전이나 대변 보기 30분 전 진통제를 먹고 보면 훨씬 확률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덜 아프니 그나마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창피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실 텐데요.
저는 여자선생님이라 그랬을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비용은 진료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약 90만원 못 미치게 든 것 같아요.
병원에서 사라는 식이섬유는 안 샀고(변비가 너무 심한 분 아니면 굳이 안 사도 될 것 같음), 거즈와 좌욕대야 정도 구입한 게 다고, 추가 비용이라면 수면 마취 10만원과 내시경 준비용 속 비우는 알약값 차액 25000원, 무통주사 15-20만(사람마다 금액이 다르다고 합니다.)정도일 것 같지만, 무통주사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고 봅니다. 

젊을 때부터 치질을 달고 살던 저도 막연한 공포과 창피함 때문에 그냥 미루기만 했었는데
이번 참에 빼도박도 못하게 몰아쳐 수술을 하게 되었으니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심정으로 임하게 되었거든요.
의사 선생님은 2주를 못 쉬면 아예 수술 말라고 하시긴 했지만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잖아요.
어기적거리며 거즈 갈고 좌욕하고, 바로 앉기도 무서운 시간들은 있지만
수술하실 생각이라면 적어도 1주일은 휴가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수술받은 병원은 토요일도 수술이 있으니 그날 받고 다다음주 월요일 출근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배변 후 약간씩 피가 비치기 때문에 비데 쓰실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병원에서는 금지입니다.
배변 후 화장지 쓰는 것도 금지사항이거든요.
배변 후 샤워기로 씻어내고 수건으로 톡톡 닦으라고 합니다.
그 다음 거즈 붙이기(계속 핏물이 묻어 나옵니다.).

대략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는데요,
치질 때문에 수술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문의해 주시면 
알고 있는 것에 한해서 답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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