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크는 게 신기해요.
저 먹고 싶은대로 먹는 아기예요.
재우는 중에 갑자기 밥 먹겠다 하고,
처음엔 식사시간 외에 먹는 게 너무 걱정돼서
치즈 한 장 주고 달랬는데
저 먹기 싫을땐 또 아예 안먹고 그래서
먼저 먹을 거 찾으면 뭐라도 먹이자 하는
마음에 웬만하면 주게 됐어요
아무튼 요즘 그래놀라에 빠져살아서
삼시세끼 그래놀라만 먹으려고 해요
아침엔 줬는데 저녁에도 밥 안 먹고
어설픈 발음으로 그래놀라만 찾길래
마주보고 손붙잡고 말해줬어요
한가지만 먹으려고 하면 안된다.
골고루 먹어야 엄마처럼 키가 큰다
하루 종일 계란만 먹는 것도
밥만 먹는 것도 그래놀라만 먹는 것도
결국 키 안 큰다.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게 어른이 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무 잘 듣길래
더 말이 길어져서
엄마는 네가 달라면 다 줄 수 있다.
그러나 그래놀라만큼은 아침에 먹었으니
오늘은 안되고 내일 주겠다.
대신 네가 달라는 거 다 주겠다.
우리집에는 치즈도 있고 달걀도 있고.
밥도 있고 우유도 있고 주스도 있고 전부 다 있으니
네가 말만하면 다 줄 수 있다.
그러니까 ‘바나나 우유?‘
물어봐요. ㅎㅎㅎㅎ
마침 바나나가 똑 떨어져서
너무 민망해져서- 다 있다고 했거든요 ㅎㅎ
미안해 그건 없어 하니까
장난 가득한 표정으로 실컷 웃더니
엄마 미안해 하네요 ㅎㅎ
놀라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민망해서
네가 왜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하니까
아니야 내가 미안해 해요 웃으면서요 ㅎㅎㅎㅎㅎ
한참을 웃어요 ㅎㅎㅎ
이거 다 알아듣고 장난치는 거죠?
정말 신기하고, 애라고 얕보면 안되겠다
새삼 느꼈어요 ㅎㅎㅎㅎㅎ
암튼 그러고 치즈한장이랑 삶은 계란으로
저녁 잘 먹었어요.
엄마 보란듯이 보여주면서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