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산지는 10년 가까이 됐지만 알기론 30년도 넘은 나무예요 그만큼 이 집도 라일락나무와 나이가 비슷히고요
매해 하면 좋겠지만 해 걸러 가지치기를 하는데 그저께까지 아무 일도 없다가 어젯밤 사이 활짝 꽃이 폈어요
너무 가물어 가끔 물 준 것 빼고 알지도 못하고 뭐 해 준 것도 없는데 꽃구경 안 나서도 될 정도로 참 이쁘네요 꽃 이쁘다 해 본 적도 없는 무감한 사람이라 이쁘다는 말도 괜히 어색하더라고요
마당냥 애들이 대문 담 위 연보라꽃 속에서 다시 잠을 청하고 부비고 장난을 치고
밤새 소복 흰 눈 온 것처럼 조용히 봄을 선물받았어요
겨우내 저렇게 고생하고 예쁘게 꽃도 피워줬는데
나무에게 제가 뭘 해줄 것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