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는 뮤지컬 가수 되고 싶어하니 좋아하고
저도 뮤지컬 좋아하는 편이고
남편은 평소에 관심없으나 가족사랑의 일환으로
막내가 문제였어요. 목감기가 시작되었는데 이틀전부터 심해져서
감기약을 먹고 있었는데 기침을 컹컹 해서요.
계속 기침을 하는건 아니지만
비염때문에 드르릉 코 넘기는 소리도 나고.
제가 둘째는 기침해서 못가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자기가 맨 뒤에 앉았다가 기침하면 데리고 나오겠답니다
뮤지컬이니 시끌벅적해서 괜찮을거라며..
찝찝했지만 간만의 가족외출이라 남편말대로 하기로 하고 출발.
먼길 달려서 겨우 시간 맞춰 들어가느라
좌석배치가
저/큰애/작은애/남편 이렇게 되었어요.
저는 열의 중간쯤, 남편은 복도끝.
둘째가 초6인데 부산스러울 수 있고
화장실 못가는 상황에는 긴장해서 더 가고 싶다고 해서
그동안 공연에 안데리고 다녔어요. 코로나라 더 했고요.
공연이 대규모가 아니라 배우 두명에 관객 400명 정도 공간이 작은 편이고
정적이고 비극적 정서라서 조용..히 노래 한두곡 솔로로 부르는 정도였는데
한 30분 지나니깐 둘째가 기침을 조금씩 하는거에요.
큰애가 신경쓰여 하면서 자꾸 저를 돌아보고
저도 그러는데 한 10번 정도 연달아 기침을 심하게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손짓으로 둘째 무릎을 치면서 나가라고 했는데 잘 못알아듣고,
남편도 그냥 휴지만 쥐어줄 뿐 안나가는데,
제가 거기서 뭐라 하기에는 너무 부산스러워 뒷자리에 민폐일까봐 더 말도 못했어요
아이는 억지로 참느라 기침을 옷속으로 가리고 하고,
코를 훌쩍 거리고 휴지를 찾고 사탕을 꺼내고..
조심조심 해서 어쩌면 앞뒷사람 별로 신경 안썼을수 있는데
저는 엄청 신경쓰이더라고요
그 와중에 남편이 물통 뚜루루 떨어트리고 등..
한차례 좀 심하더니 그 뒤로는 괜찮아졌어요. 소리 안내려고 아이도 조심했고.
2시간 가까이 공연을 끝내고 나와서
큰애가 짜증스러워 하니 저도 덩달아 긴장되었던 마음에
인상을 좀 쓰면서 남편에게 애가 기침하면 좀 데리고 나가지 그랬냐..했는데
이걸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좀 티격태격하다가 애가 야외에서 주차장 이동시 기침끝에 게워내서
애 데리고 다시 건물 안 들어가고 씻기고 나와서
집에 오는 내내 한마디도 안했어요.
남편: 애가 얼마나 잘한거냐 칭찬해주고 싶라
나: 애는 잘못이 없다. 어른들 판단 얘기다. 기침하면 나가기로 하고 오지 않았냐
남편: 나는 최선을 다했다. 중간에 휴지에 애가 토하기도 한거 내가 받아냈다.
나: 그 정도면 나와야 하는게 맞다. 신경쓰느라 둘째도 부담되었다 하더라.
남편: 기분좋게 잘봐놓고 이게 뭐하는 거냐.신경쓰지말고 공연이나 봐라
나: 남들한테 민폐끼치는게 싫어서 그런다
남편: 그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한차례 그런거고 남들도 마찬가지더라
얘 공연 제대로 본적 없는데 오늘 끝까지 보게 해주고 싶었다.
나: 그게 진상이란 거다. 내가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게 후회스럽다.
남편: 남 폐끼치는거 신경쓰느라 날 잡아먹을 듯이 그럴 수 있냐. 니 태도가 싫다.
이렇게 우리의 외출은 싸움으로 끝났습니다.
한동안 못갈듯 하네요.
남편도 애쓴거 맞는데, 내가 더 부드럽게 얘기 못한게 잘못같아요.
이부분은 나중에 사과하려고요.
내가 둘째를 챙길걸 그랬네요..ㅠ.ㅠ
집에 오는 길에 2차선 도로에서 남편이 오른쪽 우회전로를 막고
뒤에 깜빡이 켜길래 바로 집앞이니 우리도 우회전로로 후문진입하자 했더니
남편이 '남 민폐신경쓰는것보다 가족한테 싫은소리 하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