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헤석 이야기가 나와서 긁어와 봅니다.
나혜석의 불륜이나 그녀의 사생활 옹호할 생각 없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적으로 그녀가 악마적인 엄마 인지 너무 일찍 태어난 천재인지 한번 읽어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나 혜석의 모 된 감상기 -----
이러한 심야 아까처럼 만사를 잊고 곤한 춘몽에 잠겼을 때 돌연히 옆으로 잠잠한 밤을 깨뜨리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벼락같이 난다 . 이때에 나의 영혼은 꽃밭에서 동무들과 끊임없이 웃어 가며 ‘ 평화 ’ 의 노래를 부르다가 참혹히 쫓겨났다 . 나는 벌써 만 1 개년간을 두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에 이러한 곤경을 당하여 오므로 이렇게 “ 으아 .” 하는 첫소리가 들리자 “ 아이고 , 또 .” 하는 말이 부지불각중에 나오며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
자식이란 게 왜 필요한지 알고 싶은데, 적어도 내겐 이런 의미가 있다. 나는 늙어 무능해지거든 깊은 삼림 속 포근포 근한 녹계색(綠桂色) 잔디 위에서 자결하려는데. 이 빽빽 우는 울음소리만 좀 안 들었으면 고적한 맛을 더 좀 볼 듯싶으며, 이 방해물이 없으면 침착한 작품도 낼 수 있을 듯싶고, 자식으로 인한 피곤 불건강이 아니면 아직도 많은 정력이 있을 터인데, 오직 이것으로 인하여. 이렇게 절대의 필요의 반비례로 절대의 불필요가 앞서 나온다. 통성이 아니라 독단으로. 그럴 동안 나는 자식의 필요로 조그마한 안심을 얻었다.
또한 이런 깨달음이 있다. 즉 지식으로나 수양으로 억제치 못할 불건강의 몸이 되고 본즉 “사람이 아니 하려니까…….” 운운하던 것도 역시 공상이다. 망상이었다.
1922년 4월 29일 1년 생일에 김나열의 모 씀.
─ 나혜석, 장영은 현대어로 옮기고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