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먹을거로 인색한 남편

식탐이 많고 어릴때 못살아서 먹는거에 인색한 남자랑 살아요. 그나마 성인되고 성공한 편이고 저도 아쉽지 않게 같이 벌어서 형편이 나쁘진 않은데.. 먹을거 돈쓰는 것에 인색한 모습 나올때마다 정내미가 떨어집니다.
주말에 마트에서 과자, 음료수를 사다놓고 집에 와서 세어봐요. 누가 콜라를 먹었지? 누가 새우깡 먹었네? 하고 귀신같이 없어진 음식을 다 캐치해요. 누가 먹었다고 화를 내는건 아니지만 장난식으로 매우 갈궈요. 그게 아내든 자식이든.. 자기딴엔 그게 재밌어서 그런대요.
그리고 제가 바깥에서 뭘 먹게되면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뭘 먹었냐, 얼마냐 그리고 결정적인 질문은 누가냈냐???? 여기서 제가 산거고, 꽤 값이 있는 음식이었으면 한소리를 꼭 해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저도 왠만하면 밖에서 누가 사주지 않는 한은 음식을 안먹게 돼요.
돈이 아까우니 당연히 외식은 안하겠죠? 외식 한번 하려고 하면 가서 메뉴 뭘 시킬지 미리 다 계획하고 자기 기준에 넘는 금액이면 절대 가지도 않아요. 그래서 외식 장소는 늘 고기뷔페, 애슐리 이런 곳... 인스타에 나오는 맛집은 쳐다도 안봅니다. 저 혼자서라도 가면 난리남.
결정적으로 이 글 쓰는 이유가,
저한테 어떤 레스토랑 식사권이 있어요.
며칠전 친정 집안에 일이 생겨서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오더군요. 어딜 가냐고요. 여동생 만나러 무슨무슨 동네 간다니까 대번에 그 식사권 쓸거녜요. 저는 그 레스토랑이 그 동네인지 연관도 못 지었어요.
유효기간 있는 거니까 가는김에 쓸까? 라고 했더니 전화 너머로 말을 안하더라구요. 그리고 한마디..
"와 어이가없네..?"
그소리 듣고 너무 기분 나빠서 안쓸게. 하니까 빡친 제 목소리 듣고 장난이었다면서 먹으래요. 제가 그거 절대 안쓴다고 그랬더니 그러면 뭐 사먹을거녜요. 아무것도 안먹을거라고 하니까 그 약속 꼭 지키라고 하며 너무 기분좋아 하더라구요.
지하철에서 내내 기분이 안좋아서 문자로 다다다 했습니다.
정내미가 떨어진다고요.
자긴 모든게 장난이었대요.
다른 사람이 해야 장난이지 저런 인간이 하는게 장난일까요?
그 식사권 쓴다고 할때 정적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문자로 하도 지랄을 했더니 자긴 장난 쳤을 뿐인데 무슨 말을 못하겠다며 저랑 며칠째 말도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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