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공부포기한 고3 데리고 여름에 호주여행 미친 짓일까요

말 그대로 공부 전혀 안하고 학교 안가는 모든 시간에  PC와 핸드폰만 하는 아들입니다.

사춘기 심하게 왔었고 저와도 관계가 많이 어려워져 잔소리 거의 안하고 산지 오래되었어요.
중3~고2까지 코로나 때문에 거의 학교 안가고 집에 있었고 저는 직장 다니느라 집을 비웠으니 사실 몇년간 공부 전혀 안했다고 봐야죠(수업 틀어놓고 게임)
원래 심하게 내성적인 아이고....자기 세계에 갇혀있고 눈치없고 속터지는 스타일입니다. 더 자세히 쓰자면 한도끝도 없고 결국 뒷담화라 생략할게요....그래도 히키코모리 안되고 학교가고 학원이라도 가주는 걸 감사해하며 저도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우울증인 것 같기도 하고....조용한 ADHD일까 경계성지능일까 이런저런 추측도 해보고, 심리상담도 시도해봤지만 아이가 거부해서 제대로 하지도 못했었는데 
지난 겨울에 스스로 너무 집중이 안된다며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소아정신과 가서 두번에 걸쳐 종합심리검사와 주의력 검사받았고 4월에 결과 설명 예약해놓은 상태입니다.    
  
입시는 거의 포기한 눈치고 수능을 볼지 말지도 모르겠습니다. 
2학년 초에 수시 포기하고 정시로 대학 가겠다며 내신을 완전히 내려놓았습니다.(물론 반대했지만)
진짜 그런 마음이면 수능공부라도 할텐데...그냥 공부를 내려놓은 결과가 됐죠.
지난 겨울엔 윈터스쿨이라도 가서 다시한번 맘잡고 공부해보자 권유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알바를 하겠다길래 그래 그럼 그거라도 해봐라 했는데 안구해진다고 하면서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겨울방학을 보냈죠. 

꾸깃꾸깃 굴리다가 보여주지도 않는 성적표....
어쩌다 발견해서 보게되면...
음. 이런 성적표를 보는 본인도 속상하겠다 싶을 정도...바닥 깔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진로를 물어보니 졸업하고 바로 군대 갔다가 외국에 워홀가서 거기서 대학가고 아예 이민으로 눌러살겠다고.
휴...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고 그냥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속내가 다 보여요.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과 고집만 세서 자기 상황을 인정못하는 거죠.  
현실감각 많이 떨어지구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항공권 좀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할 것도 같아서 여름에 엄마랑 갈래 넌지시 운 띄워봤더니 의외로 가겠다고 하네요.
같이 잘 안다니려하거든요. 얼르고 달래고 억지로 끌고가다시피해서 내내 인상만 쓰고 돌아온 적도 여러번.
지난 겨울에도 어차피 공부도 안하는데 대만가자고 했다가 바로 거절당했는데
영어권이라 그런가...냉큼 수락을...

가게 되면 학교도 일주일 빠져야 합니다..

아무리 공부안하는 학생이라해도
명색이 고3인데 
수험생엄마로서 너무 나사빠진 생각인가

여행을 결정하면 암묵적으로 올해 입시 손놨다는 합의가 되어버리겠죠.
인생 긴데 남들보다 몇년 늦게 출발선에 선다고 패배한 건 아니다
이번에 가서 리프레쉬하고,,, 관계도 좀 개선하고(아,,,가게되면 같이 붙어다니지 않고 각자 움직일 거예요)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경험도 해보고..  
영어권 국가 직접 가서 언어적 한계를 좀 느끼면 현실을 자각하는 데에 도움이 되진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아이 상태를 잘 아는 가족과 지인에게 얘기했더니 
"나쁘지 않다""괜찮은 것 같다" 정도의 반응인데

비행기표 끊을까요 말까요.
(다양한 의견 참고하고 싶어서 여쭙니다...누가 결정해주면 그대로 따라할거냐는 댓글 있을 것 같아 미리ㅎ )

고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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