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aver.me/FiE28D93
일제는 군대와 기업(광산이나 공장)이 필요한 인력을 정부(내무부와 군, 경찰)가 기획·조정·배당하고 조선총독부와의 조율을 거쳐 조직적으로 전시 동원체제로 묶었다. 하부조직인 식민지 조선의 행정력(군청, 경찰서 등)이 충실하게 악역을 맡아 민초들을 쥐어짜고 닦달했음은 물론이다. 하부 조직의 일꾼들은 징용장 같은 문서를 들고 농촌으로 어촌으로 인간 사냥에 나섰다.
[1942년 초봄, 면서기가 와서 덕종에게 쪽지를 주면서 “여기서 고생하지 말고 일본 공장에 가서 일하면서 편히 있다 오라”고 했다. 징용장이라 했다. 면서기가 쥐어준 징용장을 들고 면사무소에 갔다. 일본 사람이 앉아서 손을 만져보더니 옆 사람에게 말했다. “이런 아이까지 데려가야 하나!” 그러면서도 집에 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면에 모인 사람은 한 30명 정도였다. 수동에서 온 박 아무개라는 아이도 덕종 또래였다](정혜경, 섬앤섬, 2019, 67-68쪽)
위에 옮긴 글은 덕종이란 이름의 소년이 일제가 발부한 징용장을 받은 사정을 진술한 내용이다. 호적에는 1932년으로 적혀 있던 덕종이 징용장을 받을 무렵 나이는 만 9살이었다. 1929년에 태어났으니 실제 나이는 만 12살이었다지만, 그래도 어린이였다. 하지만 면사무소에서 만난 일본인 관리는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