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주재원으로 일하는 남편과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는 주부 이수영(44)씨는 최근 두 자녀와 함께 서둘러 귀국하기로 했다. 이씨 가족은 학군이 발달해 한인들이 모여 사는 부킷티마에서 약 30평 규모의 방 3개짜리 콘도에 살고 있다. 2021년 6월 이 집을 계약할 때만 해도 월세가 4400싱가포르달러(약 427만원)였는데, 얼마 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재계약 월세로 7000싱가포르달러(약 679만원)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씨는 “남편 회사에서 거주비를 4800싱가포르달러까지 지원하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미친 집값’에 싱가포르를 떠나는 한인들이 주변에 상당수”라고 했다.
치솟는 임대료 부담을 줄이려고 저렴한 숙소를 찾는 유학생이나 구직자, 연차가 낮은 주재원 등을 겨냥해 최근 싱가포르 곳곳에는 한국의 고시텔과 같은 ‘공유 주택’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한 사람이 6개월 이상 머무를 방을 구한다’고 문의하니, 중심가인 탄종파가르에서 북쪽으로 약 6㎞ 떨어진 노베나의 4층짜리 공유 주택을 소개했다.
3평이 조금 넘는 크기의 이 방은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침대와 1인용 책상, 1평 남짓한 화장실을 갖췄다. 세탁과 취사는 층마다 마련된 공용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서울 마포·강남구 등에 있는 월세 70만~80만원짜리 ‘고급 고시텔’과 비슷한 구조인데, 가격이 4배에 달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창문이 없는 방은 3300싱가포르달러(약 320만원)인데, 창문이 있으면 200싱가포르달러(약 20만원) 더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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