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한옥집에 살았는데 그때도 많았어요.
밤새 기어나오던 공포스런 기억이 있어요.
그래도 그때는 함께 주무시던 할머니께서 손바닥으로 탁탁 잡아주셔서 든든한 맘으로 그 시절을 지날 수 있었는데요.
나이 차고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혼하게 되어 이제는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만 해요.
이혼한게 후회되지 않는데 벌레때문에 결정을 고민했을 정도였으니 제가 얼마나 괴로운지 짐작이 가실까요.
일단 맞닥뜨리면 온 몸이 굳어지고 부들부들 떨려요.
온몸이 아파올 정도로요.
무슨 천적을 만난 짐승처럼 참아지지 않을 정도로 무섭고 혐오스럽다는 느낌 밖에 안들어요.
예전에 이걸 극복하려고 밤새 남편이 잡아놓은 그놈을 유리병으로 막아놓고 옆에서 버텨보기도 하고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아보며 익숙해지기라도 하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ㅠㅠ 그래도 안돼요ᆢ
매년 몇 십만 원을 들여 업체 방역을 하고 하수구 트랩이든 빗물받이를 막든 뭐든 할 수 있는걸 다 하는데도 어떻게든 나타나요.
가정집이니 청소를 해도 음식은 해먹고 쓰레기를 매일매일 버릴 수는 없는데 그래서일까요. 아파트에 살 때도 빌라에 사는 지금도 늘 날이 따뜻지기 시작하면 공포에 시달려요.
아파트 살며 이십여 년 동안 한번도 못봤다는 지인들도 있는데 저는 왜 이럴까요. 동남아 여행 가면 풍광을 못보고요. 바닥에 벌레 있는지 살피느라 바닥만 보고 걷는게 습관이 되었어요.
차라리 쥐나 뱀은 괜찮아요. 걔네들은 적어도 동물이니까 덜 무서워요.
바선생이 무섭지 않은 분들, 징그럽거나 혐오스럽지 않으신가요?
혹은 그렇더라도 벌레니까 잡아야지 하실 수 있는 그 담력? 인내심? 그런 마음은 어떻게 생길 수 있을까요.
오늘 아침에 거실에 나가보니 베란다 문 앞에 왕 큰 한 마리가 뒤집어져 죽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정말 미칠것 같은 마음에 손을 떨며 글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