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빠와 작은아빠 모시고 여행갔다는 사람이에요.

여행갔다가 마지막 저녁 자리에서 삼촌이 폭발했다는 이야기요.
메뉴 때문에...

곰곰히 이틀 동안 되씹어 보았어요.
며칠동안의 함께 하며 있었던 일들을요. 
작은아빠는 이기적인 분이 아니에요. 
이때까지의 말과 행동을 보아도.
본인 먹고 싶은 거 못먹어서가 아니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오히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아빠에게 잘하고 싶어하셨어요.
계속 아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자..하고요.
그리고 실제로도 계속 여행하며 그렇게 해왔습니다.


문제의 그날 밤, 
여행 출발 전 게장 먹고 싶다고 하신 아빠 말씀을 따라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게장을 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여행 내내 한끼도 빠짐없이 게장을 먹어왔지만요,
이번에 여수에서는 '돌게장' 아닌 '큰게장'을 아빠에게 드리고 싶어했고
저보고 계속 그걸 검색해 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아빠가 배가 안고파 하시고
게장이 아닌 꽃게탕...이런 얘기가 나오고, 
또 그 과정에서 삼촌 의견은 묻지 않고
제가 '꽃게탕' 주문 하려고 하니
분통이 났나봐요.

계속 아빠에게 
형, 진짜 꽃게탕 먹고 싶은거 아니지!!
얘가 먹자고 하니까 그러는거지 ! 이러셨어요.
이런거 먹으려고 여기까지 온거 아니잖아!!
아빠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럴리가 없다며...
아빠가 속이 안좋아 뜨끈한 국물 먹고 싶다고 한거라 하니,
이제 큰 게장이 좋다!! 이걸 먹어야 한다!!고 막 화를 내셨어요.

삼촌이 지금 아빠에게 해드릴게 없고,
아빠 여명이 길지 않고..
게장 큼지막한 거, 아빠가 그걸 드시고 싶어한다고 굳게 믿는 듯 했어요.

여행에서 먹는 거 하나로 형 소원 풀어주자..결심하고 미국서 왔는데
(실제로 다른데 구경은 아빠 체력 때문에 전혀 못했어요)
이런 삼촌의 열정과 목표가
내가 껴서 소식이네 어쩌네 하니 
판을 망쳐놓는 것 같았나봐요.
내가 옆에서 매 끼니 너무 많이 드시면 탈난다..이런 추임새를 넣으니까,
화가 나신거죠. 
니가 뭔데 소식으로 컨셉을  잡냐..이러시면서.

하나 있는 형이 돌아가시게 생겼고,
이제 보면 언제 볼지도 모르고
마음이 급하셨던거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과거의 형과의 갈등도 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국으로 나온건데...

전, 
무조건 많이 먹고, 많이 보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아빠의 상황에 맞는, 조절 가능한 범위 안에서 누리도록 하는게
아빠에게는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삼촌의 상실감, 슬픔, 열심, 실망, 의지, 배제됨, 섭섭함
등등의 복합적 마음의 덩어리가
폭발한 것 같습니다.
그 기폭제는 제가 되었죠. 
그 모든 걸 망치는 말: '배가 많이 불러서 많이 못먹어요' 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모든 것이 깔때기처럼 저에게로...'나대자 마라'란 말로 표현이 된 것.

저는 이렇게 정리가 되네요.
덧__댓글 중 한 분 말씀처럼 그럼에도 삼촌이 저에게 하신 행동이 옳았던 것은 아니죠.
비인격적 이었으니까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