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른들 모시고 여행하기 난이도 상

지병있는 아빠
병세가 악화되어 갑자기 돌아가실 수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 듣고 
아빠 소원 들어드리고자
장거리 여행 하고 있어요.
작은아빠가 해외에서 아빠보러 오시면서 계획하셨던 일인데
제가 운전도 하고 호텔/식사 예약하고 돈도 내고...하러
합류했어요.

그런데, 밥을 먹으러 갔는데
저와 아빠는 원래 소식가라 점심 먹은 거한 한상도 소화가 안된 상태.
기력도 없으셔서 많이 잡숫는 것도 저는 염려가 되고요.
그래도 끼니를 거르실 순 없어서
저녁 먹으러 가는데
아빠가 탕을 먹자고 하시길래 탕 종류 아빠한테 묻고 있는데
작은아빠가 갑자기 급발진으로 대노하는거에요.
주문받던 사람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저에게 갑자기 막 퍼부으면서
너는 왜 나는 안중에 없고, 
왜 탕은 2인분이나 시키며(최소 주문량이 2인분), 
내가 먹겠다는 메뉴 두 번 세번 왜 말을시키냐
(작은아빠가 찍은게 가장 양많은거길래 
제가 진짜 드실 수 있냐고 확인차 두 번 물어봤는데)
너네만 소식이면 다냐. 여기에 무슨 탕이나 먹으러 온줄 아냐. 
그러시더니 아빠한테는,
형 솔직히 말해라. 이거 진짜 먹고 싶은거 아니지, 
이거 얘가 먹자고 하니깐 얘 말 들어준거 아니냐.
(전 정말 싫어하는 메뉴에요.ㅠ)
이런거 집에가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데..하면서 마구 언성을...
그러더니 나보고 너는 왜 그렇게 나대냐. 거슬리게 말하냐. 
운전대 잡고 있으니 니가 다 안배하고 오더해야 하는건줄아냐
왜 니네 둘이 날 배제하냐. 왜 둘이 메뉴짜냐..
니가 자꾸 우리 조금먹는다 컨셉을 그리 짜면 나는 음식을 어찌 시키냐.
내가 여기 언제 또 오냐.
나도 말할줄 알고 글읽는다. 하면서
막 퍼붔는데 제가 급습을 당해 당황한 마음에
눈물이 막 쏟아지더군요. 나이 오십이에요.

처음부터 작은아빠도 이번 여행 다 아빠 맞춰드리자 해서
여행지도 아빠와 통화하고 정해서 제가 숙소 예약 하고
식당도 그렇게 했어요. 
저도 운전 하루 몇시간씩 하고 틈틈히 서치하고 예약하고
또 작은아빠의 쉴새 없는 잔소리(우리 대화의 85%는 작은아빠)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편한테 어떻게 해라 등..
계속 막 서치해라, 젤맛있는데 가자. 힘들지만 참았죠. 

아빠가 화내는 작은 아빠한테 니가 오해한거다. 
쟤가 맘대로 한거 아니다 너 속이 좁다. 하니깐
또 자기 권위 꺽고 딸 역성드는거 아니라며 성을 내시고..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고 눈물이 쉴새 없이 나오더군요. 
아빠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저에게는 또 아빠한테 쌓인게 많다고
아빠 흉을 보실 참이기에(예전에 제가 작은아빠댁 방문했을 때 저녁 내내 들었던)
아빠 얘기 나한테 하는거 불편하니 하지마시라. 했어요. 

이게 뭔난린지. 
거동도 잘 안되시고 식욕도 없어신 아빠 모시고 여행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리고 저도 갑자기 너무 안좋아지신 아빠 볼 때 여러 마음이 드는데
작은아빠의 급발진으로 그냥 넋이 나가버리네요.
작은아빠도 시차도 안맞고, 아빠 살피는거 힘드신거 알아서 저도
그냥 죄송해요. 제가 마음 상하게 해드렸나봐요 했어요.

나대는 저는 내일부터 조용히 운전만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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