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년전부터 방과후강사, 과학실무사, 방과후코디 등을 하면서 지내오고 있는 만 50의 82 아줌마입니다.
50대 무슨 일 할 수 있냐는 게시판 글에 답글이 거의 식당 밖에 없다고 해서 그동안의 경험으로 한번 적어봅니다.
*초등 방과후 강사 *
결혼 전에는 학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었는데요, 영국에서 8년 정도 거주하다가 귀국했더니 원래 일하던 분야로는 돌아갈 길이 없어서 학부 때 전공(생물)을 살려서 할 일을 찾다가 방과후 생명과학 강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뭐든 처음 진입이 쉽지는 않잖아요.(학교도 경력직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지원해서 넣어보는 수 밖에 없구요.
저는 첫 일자리를 조금 운좋게 갖게 되어서 비교적 쉽게 진입을 했지만 일자리를 갖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건 무조건 될 때까지 지원하는거라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첫 직장은 강남 내 과밀학급, 방과후 강좌수가 100개 가깝지만 신청 학생이 늘 넘쳐서 선착순으로 받는 학교였는데요.
초보인 제가 된건 아마도 면접 때 다른 지원자가 못왔거나 그랬던거 같아요. 학교가 갑이라 절대 지원자의 시간에 맞춰서 면접시간을 안잡아주거든요. 현직인 분들은 그래서 면접시간에 맞추는게 쉽지가 않아요. 늘 학생수가 잘나와서 걱정없이 다녔던 학교였어요. 방과후 강사는 본인이 직접 계약해서 다닐 경우 업체 수수료가 없어서 시간당 페이가 굉장히 좋은 편이에요. (학생 모집이 아주 잘 된 경우 시간당 10만원까지도 나왔었지만.. 그러기 위해서 들이는 부가시간-모집,수업준비,교재제작, 공개수업,아이들 평가-이 포함되면 시간당페이는 많이 내려가겠네요^^;;)
첫 직장을 꿀직장을 잡는 바람에 그뒤로 뭘 해도 페이가 비교돼서 안좋은 점도 있었구요.
방과후도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었던 직종 중 하나였는데요, 대면 수업이 다시 활발해진 지금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점점 공고는 늘고 있더라구요.
*과학실무사*
다시 영국을 다녀오는 바람에 방과후 강사는 그만뒀고 돌아온 다음 뭘 할까 하다가 수업은 좀 자신이 없어지고 해서 방과후 수업을 과학실에서 했기 때문에 알게 된 과학실무사에 도전을 하게 됐어요. 과학실무사는 옛날 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있었던거 같아요 교사는 아닌데 늘 과학실을 지키고 계시던... 약간 무서운 선생님. 과학실험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기안 등 해서 준비하고 사전실험도 해봐서 선생님께 팁도 드리고, 과학실 관리, 안전관리 등을 하는 직종이에요.
공립은 서울의 경우 교육공무직 채용으로 뽑고, 공립 대체근무나 사립은 서울시교육청 구인구직 공고 등을 통하여 모집하게 돼요. 교육공무직 채용은 두번 넣어봤는데 다 서류에서 탈락됐는데. 나이 때문일까 했지만 저랑 비슷한 나이의 다른 분은 된 것도 봐서 꼭 나이는 아닐거 같구요. 기준은 오리무중이에요. 고졸 이상이면 되고 경력도 안본다고 하니까요. 혹시 관심있으시면 분들은 지원해보세요. 50 이상 티오도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공립이 페이 조건도 사립보다는 훨씬 좋아요. 수당 같은게 있어서.
처음 진입하려는 분들은 공립 대체직 기간 짧은거(어떤건 1주짜리도 뽑아요^^;;)에 응시하면 좋아요. 지원자가 없으니 붙기도 좋구, 조금이나마 경력이 생기면 다음 지원 때 굉장히 유리해지니까요.
저는 사립초, 사립고 이렇게 두군데에서 일을 해봤고 일은 압도적으로 고등이 편하더라구요. 초등은 아이들 실험준비며 뒷정리가 너무 힘들어서 ㅠㅠ 고등은 특히 뒷정리를 잘 해주고 봉사점수 때문에 과학실 청소는 많이 안해도 돼서 편했어요. 대신 화학 약품 실험이 많고 미생물 실험 등이 있어서 안전 쪽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구요. 나이스, 에듀파인 등 학교에서 일할 때 쓰는 프로그램도 써볼 수 있어서 이 경험이 있으면 다른 실무직 등으로 들어가기 쉬워져요. 페이는 최저임금(또는 생활임금 . 올해 기준 12000원쯤 돼요)이지만, 4대보험 되고 칼퇴근에 연가 쓰는 거 자유스럽고 어쨌든 선생님 소리 들으며 일하니
나쁘지 않았어요.
*방과후 코디*
조금 지치기도 하고 큰애가 고3이 돼서 시간이 필요해서 작년부터는 주 3회 하루 4시간 근무하는 중학 방과후 코디를 하고 있는데요. 강좌수가 많은 학교는 힘들 수도 있는데 코로나 여파인지 제가 다니는 학교는 1분기당 강과가 한개,두개 이렇고 이번에 조금 많아진게 5강좌라 일이 많지가 않구요. 학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는 이 일 이외에는 절대 다른 일은 안시키더라구요. 그래서 편하게 일학 있어요. 페이는 커피값 수준이지만 일의 양이 너무 적어 오히려 받기 미안할 정도에요. 방과후 코디는 대부분 봉사직 개념이라 4대보험이나 세금은 해당 안돼구요. 비슷한 걸로는 학습준비물 도우미 등이 있어요.(둘다 월 50)
이외에는 사립초 1학년 부담임(시간이 짧고 시간당 페이는 최저임금보다는 더 돼요), 초등 학습 부진 학생 도우미(시간당 25000원) 등이 있구요.
학교 계약직의 경우 보통 2년 계약이고 2년 이상 되면 무기직으로 전환해줘야 할지 모르는 부담감 땜에 재계약을 안해주는 경우가 많구요.(그래도 해주는 학교도 있어요 사립 기준)
전.. 방랑벽?이랄까 한군데 오래 못있는 성격이라 오히려 이런게 저한텐 더 장점이더라구요. 일할 때는 엄청 열심히 하는데 1년이 되고 나면 왠지 떠나고 싶은 마음? 이런게 들어서. 방과후 말고는 다 1년씩 일하고 좀 쉬다가 다시 취업 이런식으로 해오고 있어요.
적다보니 엄청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조금이나마 재취업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궁금하신 거 물어보시면 답글 달아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