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서울에 이리 멋진 박물관이 있었다니…왜 몰랐을까

어제 미술관 댓글에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 적으신 분 나오세욧!
홈피 찾아보니 멋있어서 일차로 거기부터 갔었는데 완전 제 취향..ㅜㅜ 
제 절 10번 받으셔요 ^^
거기 올라온 다른 전시회들도 골라서 동선 짜고 아침 9시에 나왔는데 7군데 다 둘러보고 집에 오니 5시 반 ;;;
들어와서 씻고 간단히 저녁 먹고 글 써요 헉헉~


1.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
집 앞 지하철타고 한 20분 가면 되어서 생각없이 앉아 책보다가 고개를 드니 이대앞 ㅠㅠ 내릴 곳인 충정로를 놓치고 승강장이 가운데 있는 홍대까지 갔다가 다시 차 바꿔타고 빠꾸 ㅎㅎ
내리고 보니 그사이 날씨가 포근해 져서 다들 두꺼운 옷들은 벗어 걸치고 다니더군요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를 옆에 끼고 따뜻한 봄볕 받으며 조금 걸으니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이 나와서 들어갔는데 완전 현대식의 멋진 건축물(건물 자체가 작품같음)과 첫걸음부터 숙연하게 만드는 멋진 조각
서울에서 사형수들을 모아 처형하던 곳, 천주교 박해 때 수많은 평범한 동네 이웃들이 단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끌려가 죽임을 당한 곳..
사람도 없고 조용하고 은은한 불빛에 화려하지 않은 조각품들이 곳곳에 있으니 그 어느 구석에 앉아 기도를 해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었어요 
복잡하고 시끄러운 서울 한 복판에 그 넓은 공간을 확 비워내고 경건함과 숙연함과 성찰의 시간을 담은 힐링의 장소..
고 유영교 작가의 유작 전시도 열리고 있는데 건물의 설립취지와 아주 잘 맞아요 
홈피 보시면 관람 경로도 나와있어서 참고하시면 구석구석 잘 보실 수 있어요 

2. 경희궁과 돈의문 박물관마을
아침에 커피를 못 마시고 나온지라 좋아하는 커피빈을 보는 순간 바로 들어가 커피 한잔 하며 잠시 쉬고 정동길을 지나 가는 길에 경희궁이 나오길래 경희궁 한바퀴 돌아보고 (그 넓은 궁이 남은 게 거의 없음 ㅠㅠ) 거기서 나와 바로 옆에 돈의문 박물관마을이 있어서 7,80년대 레트로 갬성 좀 살려볼까 하고 들어가 봤어요 
제 예상보다는 더 오래된듯한 분위기였지만 아담한 집과 예전 서양식당 자리의 돈의문 역사관도 잘 꾸며놓았고 동네 사랑방처럼 한가운데 모여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당이 있어 뭔가 친근하고 푸근한 분위기~
목련꽃이 탐스럽게 마구 피어나고 있어서 다들 사진 한장 안찍고는 그냥 못 지나감 ^^

3. 세화미술관의 ’정물 도시’전
거기서 길을 건너 세화미술관에 갔어요 
원래는 스튜디오 렌카 전을 보려고 계획했었는데 예상외의 조기 전시 종료로 못가고 다른 것을 찾다가 ‘정물 도시’전을 찜했죠 
봄이 되니 자유롭고 힘있는 색 그 자체의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어서 원색, 화려한 색의 작품들을 찾았어요 
유명한 알렉스 카츠의 거대한 캔버스 가득한 색의 에너지도 좋았고, 데이빗 살레의 선굵고 시원한 정물화 같지 않은 정물화, 로버트 롱고의 흑백으로 그린 강렬하면서 메시지가 있는 그림도 좋았고,… 조나스 우드의 평면적인 색칠 속에 숨은그림처럼 이야기와 유머가 있는 재미있는 그림들, 발레리오 아다미의 뿌리깊은 이탈리아 예술을 바탕으로 하되 원색적인 색으로 거침없이 면으로 잘라내어 표현한 그림도 인상적이고..
정물은 뭔가 정적이다 못해 지루하고 뻔한 편견을 갖기 쉬운데 색다르면서 힘이 넘치는 정물화들을 아주 잘 관람했어요 

4. 성곡미술관의 ‘원계홍 탄생 100주년 기념전’
12시 다되어 큰 컵으로 커피를 마셔서인가 배고픈지 모르다가 갑자기 고파서 시계를 보니 2시간 넘음 ㅎㅎ
바로 앞에 더덕 한정식집이 있길래 들어가 불고기, 잡채, 냉채, 검은깨 무생채, 연근 튀김, 각종 나물, 미역국 한사발, 더덕밥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다시 100프로 충전! 예약해도 기다리는 집이라는데 2시가 넘어가서인지 쉽게 먹고 나옴
서울 시내답지 않게 조용한 골목길을 점점 더워지는 햇살을 피해 그늘 따라 걸으니 성곡미술관에 도착! (주변에 산과 갤러리와 궁이 널린 동네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러웠던지 ㅎㅎ)
미술에 대해 잘 모르고 그냥 내 눈이 즐겁고 내 마음이 건드려지면 좋은 저같은 사람은 그래서 더 맘편히 볼 수 있는듯
처음 봤지만 그의 그림을 보니 세잔느도 생각나도 에드워드 호퍼도 떠오르고… 유화의 덕지덕지 물감의 두터움 뿐 아니라 그의 색과 면분할도 뭔가 두텁고 깊은 느낌이 들었어요 
외로운듯 하면서도 주변의 군더더기 없이 존재 자체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뒤돌아보게 만들었어요 
작가노트도 읽어보니 자신의 일에 참 많은 고민을 했고 궁극의 무언가를 찾으려고 애쓴 모습이 예술가도 구도자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구나 싶었어요 

5. 토포하우스의 곽남신 개인전 ‘시시비비 비시시’
거리가 좀 되지만 인사동으로 옮겨서 토포하우스로 갔어요 
그림자와 실루엣 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들이 참 맘에 들더군요 
사람의 껍데기는 무엇이고 알맹이는 무엇인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알맹이를 주고받는지 껍데기로 대하는지, 나 조차도 때론 내 알맹이를 낯설어하거나 소홀히 하지는 않는지…
재능과 노력과 고민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과 이야기를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전달하는 미술가들의 그 능력이 참 대단해요 
시인이나 음악가나 다 마찬가지지만 

6. 운현궁
마지막으로 안국역에서 지하철을 타야했기에 코 앞에 있는 운현궁 한바퀴 돌고 나왔어요 
저에겐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즈음 비 추적추적 내리던 날 갔던 운현궁이 정말 멋있었어요 
오늘은 날씨도 덥고 돌사진찍으러 온 아가와 가족들 덕에 아기 상어 노래를 한 백번은 들어서 저도 모르게 따라부르고 있었다는…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 ~ 엄마 상어 뚜 루루 뚜루 ~


이상 50대 서울아줌마가 종로 일대를 훑고 온 후기예요 
영혼의 양식 한 한달치는 채우고 온듯 ㅎㅎ
요즘 전시회가 곳곳에서 넘치게 열리니 일단 나가보셔요~
눈도 즐겁고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들썩들썩, 에너지 충전에 딱이예요 ^^
참, 3,4번 빼고는 다 무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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