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다정다감의 다자로 맞아 죽을 일 있냐고요!

많이 읽은 글에,
다정다감한 남편 부럽다고 글 올리신 분 계셔서 생각을 좀 해 봤는데요.
전에 아는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티파니의 주고객은 바람피우는 남편이라고 ^^ 겉으로 보이는 것과 진실이 참 다르다는 이야기죠.

애들 둘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면서 든 생각은,
다정다감한 남편보다는,
필요할 때 늘 그 자리에서 대기중인 전우가 더 절실하더라고요.
애들 어려서 잠이 부족할 땐 나 실컷 자라고 하고 애들 책임져 주는 그런 남편,
시부모가 억지 부리면 그 자리에서 "그건 아니지요" 하고 바른 말 해 주는 그런 남편,
밖에서 이상한 시비가 붙으면 그 상황에서 딱 버티고 서서 아내랑 애들에게 든든한 벽이 되어 주는 그런 남편,
저는 그런 남편이 필요했어요.

근데 제 남편은, 제가 진짜 남편의 도움이 필요할 때엔 언제나 출장중이거나, 바쁘거나,
시부모님이 하는 소리가 '안 들리거나', 밖에서 시비가 붙어도 내 마누라는 나보다 강하니까 혼자 이겨낼 수 있어' 정신승리하는 그런 남편인데,
웃긴 건 다정다감한 남편 상 있으면 1등 먹을 수준으로 정말 말을 다정하게 하고,
남들 앞에서도 화도 안 내고, 회사에서도 제일 좋은 상사라고 칭송이 높고,
학교의 다른 학부모들이 아무개네 아빠 진짜 애들이랑 잘 놀아 주고 최고야. 하는 그런 사람이예요.

애들 어릴적에 거의 부재중이었던 덕분에 돈 많이 벌고,
돈 쓴 것 가지고 잔소리하는 법 없고,
말도 착하게 잘 하지만,
실제로는 25년동안 남편을 갖다 버리고 싶을 때가 진짜 많았어요.
누가 저한테 그 집 남편 너무나 다정다감하다고, 부럽다고 하는 소리 한번만 더 들으면 소리 지를 것 같아요.

82년생 김지영의 남편처럼 '착하고 다정다감한' 듯 하지만,
주둥이로는 '당신 힘들어서 어떡하냐' 하면서,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은 마누라 대신 설거지를 하지 않고, 지네 부모님 앞에서 아내의 방어벽이 되어주지 않는 쓸모 없는 그런 남편.
다정다감의 다자로 뚜드려 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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