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휠체어만 타다가 워커 끌고 처음으로
옥상을 올라가던 날.
그 기쁨을 잊지 못 해요.
그때가 봄이 한창인 무렵이었는데
옥상에 올라가 남자 간병인이 심어놓은 대파랑 상추를 구경했어요.
그리고 매번 바라보이는 저 YclTY라는 글자와
노란색만 보이는 학교 건물과
길게 가로놓인 다리 끝엔 도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해했지요.
퇴원하고
자전거부터 고쳤어요.
자전거 타다가 사고가 나서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데
엉뚱하게도 그때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
자전거 타기 더군요.
휠체어나 워커를 끌지 않고
검정 부츠 신고 알룩 달룩한 자전거복 입고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가고 싶었어요.
일단 타던 자전거는 사고로 너무 휘어
그대로 탈 수가 없었어요.
브레이크도 너무 뻑뻑하고 샥도 굳어 뭔가 새로운 게 필요했습니다.
남편한테 제가 원하는 자전거를 말했어요.
핸들은 스템을 꽂아 높아야하고
바퀴는 두껍고 크며-한 29인치 정도?
프레임은 어린아이가 타는 것처럼 작게 한15인치?
스프라켓은 오르고 내리기 좋게 12단으로.
브레이크는 기계식이 아닌 유압 브레이크로 하고
제일 비싼 샥도 돈을 좀 들여 유연한 걸로.
안장은 상하가 아닌 좌우로 출렁거리게 해달라고 말예요.그리고 무조건 예뻐야해요.
그런데 제가 말한 자전거가 샵에 있는지 알아봤더니
멋대가리 없이 크기만 한 남자mtb만 있대요.
손 기술이 좋은 남편이 온라인으로 이런 저런
부속을 사고 유튭으로 조립 방법을 익혀
서너 달을 끙끙 대다 결국 제 것을 만들어줬습니다.
남편이 자전거 만드는 동안 저도 틈틈히 걷는 연습도 했어요.
신호등에서는 급하게 달려가지않고 꼭 다음 신호에 가고
수시로 동영상을 보며 한가지씩 자전거 타는 스킬도 익혔어요.자전거 위에서 스탠딩하기,낮은 계단 올라가기,단차 내려가기,급 브레이크 하기,,
배워야할 게 많더군요.
그렇게 하드테일 자전거를 타고
매일 동네에서 운동을 합니다.
자전거 타는 동안은 세상 행복해요.
오늘은 좀 더 멀리간다고
매일 가던 코스보다 더 길게 갔는데
저 멀리 YclTY란 글자가 보였어요.
깜짝 놀라 바라보니 그 옆에는 노란 학교 건물이 있고
그 뒤에는 길고 긴 다리가 보이네요.
소나무 한 그루가 떡 하니 서 있는 옥상도 있고
여전히 뛰어내리지 말라고 철문도 덧대어있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2년 전 그렇게 가보고 싶던 다리를 건넜어요.
나무로 겹겹이 놓인 다리 끝에는 하얗고 노란 벚꽃이 예쁘게도 피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