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으로 우수했으나(명문고, 명문대 나오심) 이상만 높고 생활력 없으셨고 평생 사업한다고 돈만 날리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신 적이 없어요. 공무원 엄마가 평생 가장이셨고 지금도 엄마 연금으로 두 분 사셔요. 젊으실 적에는 엄청 싸우셨지만 지금까지 같이 사십니다. 엄마는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십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러시고 병원도 자식 부르지 않고 다니세요. 다만 그런 부분을 계속 어필하십니다. 자식 힘들지 않게 하려고 내가 이렇게 애쓴다고요.
두 분 다 생명에 지장 있는 병은 없는데 엄마는 근골격계, 아버지는 신경 계통 쪽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하셔요. 아버지는 몇 달 전부터는 이명이 심해 잠도 못주무신다는데 엄마 말씀으로는 밤에 못자는 거지 낮에는 잘 주무신다고 해요. 엄마는 당신의 다양한 ㅂ을, 노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로 견디시는데 아버지는 못참아하고 온갖 좋다는 곳은 다 가보다가 차도가 없으니 이제 서울 big3 병원에서 수술 받고 깨끗이 나았다더라는 유투브에 혹해 가고 싶어하셔요(부모님은 먼 지방 거주)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릴 때 밥상 뒤엎고 버럭거리셨던 것만 주로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집에 계시는 시간은 불안과 긴장의 시간이었어요. 사실 겁 많고 소심한 성격이신데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그런 식으로 가정을 지옥으로 만드셨지요. 측은지심이 없지는 않지만 엄청 애틋하지는 않고 그런 내 마음이 죄스럽지도 않아요. 다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갑갑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