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친구사이 밥값내는 얘기

나와서 댓글로 달려다가 새글로 써요.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아서요.

저희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절 좀 특이하게 가르치신 것 같아요.
어디서 누구랑 밥을 먹든 특별한 경우 (누가 한턱 쏜다고 만나자고 한 경우) 아니면 무조건 제가 사라는 거예요. 
집에 여유가 있긴 했지만 대단한 부잣집은 아니었는데 늘 친구들 밥 사주라고 용돈 두둑하게 주셨고 고딩땐 간식시간에 나눠 먹으라고 유명 베이커리 빵 6-7인분씩 매일 싸주셨고요. 대학땐 저도 알바 많이해서 남들 밥 척척 사줄 형편은 됐지만 가끔 궁금하긴 했어요. 친구들은 나한테 밥 얻어먹으려고 친구하는 거 아닐까. 내가 나중에 형편이 어려워져서 밥을 못 사주게 되면 그래도 나랑 친구할까? 나는 우정을 돈으로 사는 건 아닐까.

살아보니 예스 앤 노 더라고요. 고딩때 저랑 빵 나눠먹으려고 쉬는 시간에 제 주위에 몰려들었던 친구들 이제 연락하고 지내는 애 한명도 없어요. 결국 고딩때는 빵으로 인기를 샀던 셈인거죠. 반면에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하면서 계속 연락한 친구들은 자기들도 각자 돈벌고 동기모임 활성화 되면서 언제부턴가 회비를 걷는데 저만 돈을 못 내게 하더라고요. 우리들중에 너한테 밥 안 얻어먹고 학교 다닌 사람 있는 줄 아냐고요. 너한테는 영구 프리패스 주기로 했다네요. 너무 감동했쥬 ㅠㅠ

어제는 최근에 돌아가신 직장 선배 사모님을 뵈러 갔었어요. 선배님은 전자기기 수집하는게 취미셨는데 쓸만한 거 고르면 저희 직장에 기부할테니 알아서 가져가라고 사모님이 부르셔서요. 근데 뜬금없이 제 아이 가져다 쓰라고 망원경을 주신다는 거예요. 선배님이 꼭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셨대요. 아이가 초딩이니 앞으로 망원경 하나 있으면 괜찮겠다 그래서 사양하지 않고 받았는데 그 선배가 저한테 밥 얻어먹은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고 직장내 은따인 거 다 알았는데 제가 먼저 밥먹자고 하고 사주기까지 해서 고마웠다고 하셨대요. 저는 망원경은 어떻게 생긴건지 모르니까 주시는 상자를 가지고 집에 왔는데요. 남편이 보더니 기절하려고 하네요, 그게 싯가 천만원이 넘는다네요? 너무 놀라서 사모님한테 전화했더니 그래서 꼭 저한테 주고 싶었다고 하세요. 특별히 고마웠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요.

저는 그래서 앞으로도 부모님 가르침을 따르려고요. 앞으로도 나랑 같이 밥 먹는 사람 밥 값은 무조건 내가낸다! 
찐 친구를 골라내는 저만의 노하우가 되었네요. 시간은 좀 걸립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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