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119 부르면 병원에 데려가주는 것만 하나요?

오늘 아이랑 같이 같은 단지 사는 친정 엄마네 집에 뭐 좀 갖다 주러 가는데, 
한 할머니께서 지팡이를 짚고 비닐 봉지를 하나를 들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걷고 계셨어요. 
좀 불안해 보이기는 했는데.. 그래도 거의 아파트 현관까지 얼마 안남았고 해서 저희는 그냥 지나쳐 갔고.. 
엄마네 가니까 엄마는 벌써 자고 있어서 아이랑 엄마네 올라가서 냉장고에 가져갔던 것만 두고 얼른 내려왔어요. 
그 때 들고 계신 봉지라도 들어드린다고 할 걸 그랬었나봐요. 

한 3분 있다가 내려온 것 같은데, 공동 현관 바로 앞에 아까 그 할머니가 바닥에 누워계신 거에요. 
너무 놀라서 119에 전화를 했어요. 
(맞는지 모르겠지만, 뼈가 부러지면 함부로 움직이면 안된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서..)

119에서는 할머니께서 의식이 있는지 출혈이 있는지 등을 물었고 구급차를 보내준다고 했어요.
그리고는 할머니께 움직이실 수 있는지 여쭸더니 좀 잡아달라고 해서 일단 앉혀 드렸어요.
그런데, 춥다고 집에 가겠다고 하셔서 일으켜 드렸는데..
넘어지시면서 머리를 부딪치셨냐고 물어보니, 그런 것 같다.. 횡설수설 하시고..
댁에 보호자분 계시냐고 하니까, 할아버지 계시는데 못움직여서 누워계신대요.
할아버지가 사이다 사오라고 해서 단지 상가에 있는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이셨나봐요. 
자녀분께 전화 걸어드린다고 하니, 딸이 서울에 있는데 못온대요.
사이다 봉지는 딸아이에게 들라고 하고, 겨우겨우 부축해서 올라가는데 거동이 너무 불편하시니..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119에서 아파트 입구에 왔다고 전화가 왔어요.

집안으로 들어가신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집은 냄새에.. 엉망진창에.. 텔레비전은 크게 틀어져 있고.. 
방에는 할아버지가 누워서 텔레비전 보고 계시더라구요. 
할머니는 벽을 짚고 조금씩 움직이시고, 그 때 119 대원이 할머니네 집에 도착했어요.

손은 까져서 피가 좀 난 것 같았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니 병원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니..
전에 구급차가 와서 10만원 달라고 하더라.. 걱정스럽게 말씀하시더라구요.
119대원도 할머니에게 자녀분께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할머니 핸드폰으로 전화하겠다고 그러고는
저에게는 신고자분은 이제 가셔도 된다.. 하셔서 
그럼, 병원 가서 진료 받고 다친 곳 좀 치료 받는 거냐 물으니 보호자나 환자 동의 없으면 본인들은 어쩔 수 없대요.

그렇게 아이랑 저는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어요.
오는 길에 눈물이 났어요. 제가 훌쩍거리니까 애도 따라 울고.. 

저 정도면 돌봄이 필요한 상태인 것 같은데.. 
거동 못하는 할아버지 한 분과 잘 걸을 수도 없는 할머니 둘이서만 살고.. 
자식들은 서울에 있어 오지도 못한다고 하는 게.. 너무 비참하고 마음이 좋지 않더라구요.
요양원 같은 데 계셔야 하는 거 아닌가.. 요양원도 비참할까요?

무슨 이유로 자식이 못오는 건지.. (저희 사는 곳은 서울 근접한 경기도에요.)
이유가 있겠지.. 했다가도.. 화도 났다가 슬펐다가..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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