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온 그녀를 뒤에서 뚱뚱하다고 수근대는 직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를 추구하는 부지런함이 있었다.
항상 머리는 단정했고 화장도 완벽했다.
통실보다 큰 몸이었지만 스커트를 즐겨입었다.
반면, 누적된 피로를 단순히 샛빨간 립스틱으로 만회하려고 하는 내 얼굴은 기운이 다빠진 직장인 그 자체였다.
그 당시 다이어트를 한다고 안먹고 다녔더니 어느날은 지나가던 사장님이 해골도 아니고 뭔가~ 라고 말한적도 있다. 지금같으면 감히 외모에 대해서 저런 말을 함부로 하다니! 비난 일색이겠지만 그 당시 90년대에는 전혀 이상한 일이 이니었다.
(빨간 메니큐어를 바른 나를 보고 '그런 색은 술집 여자들만 바르는거 아닌가?'라는 망언을 한 대머리새끼 상사도 있었으니 해골정도야 애교였다.)
그 직원의 특징중 하나가 블러셔를 너무도 잘 바르는것이었다. 90년대에는 블러셔라는 말대신 볼터치라고 했던것 같다. 무딘 나의 눈에도 매일 바뀌는 그녀의 블러셔가 예뻐보임을 느낄정도였으니. 어느날은 오렌지빛, 어느날은 은은한 연보라빛, 어느날은 흐린 핑크빛...
어느날 조용한 점심시간에 그녀와 마주치는 순간이 있었다. 타부서라 친하지 않았기에 어색함을
벗어나고자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항상보면 볼터치를 넘 예쁘게 하시는것 같아요'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일루 와봐요, 내가 좀 해봐줄께요!'
옴마야 안친한 사람에게 내 얼굴을 맡긴다는건
의외로 소심한 나에게는 있을수 없는 일, 그녀의 갑작스런 적극적인 친함을 난 끝내 손사레로 거부하였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나의 화장품중에 블러셔가 몇개있다. 그 유명하다는 단딜리온, 클리니크 진핑크와 브론즈, 케이스가 항상 망가지는 나스까지.
매일아침 늙어버린 얼굴에 조금이라도 생동감을 채워주기 위해서 열심히 이리저리 브러쉬를 둥글게 굴려본다. 그럴때마다 그 볼터치 여왕이었던 그 직원이 몇초간 스쳐간다.
사람의 기억이라는건 참 신기하다. 사소하게 스쳤던 인연들과의 어느 한 순간이 단단히 각인되어 버린다.
그 직원은 나를 기억도 못하겠지만 삼십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 난 매일 아침 그녀가 스쳐간다.
갑자기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지 걱정아닌 걱정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