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모르는 척 하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따라 동네 모임을 하나 들었어요.
처음엔 그냥 열심히 모임 활동이나 했고 제가 인간관계에 서툴다는 자격지심 같은게 있어서 친분을 쌓는 소소한 스몰토크는 더 자제하는 면이 있었어요. 그랬는데도 모임 3년차가 넘어가니 참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보이는 것들이 많네요.

기러기 아빠라던분은 실제론 이혼남이고
대화중 종종 남편 얘기를 해서 이제 그분의 남편 취미나 식성까지 알것 같은 어느 분은 이혼한지 몇년되었다하고
카톡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어 기혼인가 했던 분은 실제론 미혼에 그 아이는 조카라 하고
미취학 아이 얘길 가끔 얘기하시길래 손주를 빨리 보셨나보다 했던 분은 재혼해 늦둥이를 보신 거였고
애를 빨리 낳아 일찍 자유부인이 된 거라던 분은 이혼한지 오래됐고 애는 남편 쪽에서 키운다하고
직장 때문에 별거중이라던 분은 이혼한지 오래라 하고
역시 직장으로 주말부부라던 분은 실제론 부부사이 최악이라 별거중
같이 살고 있지만 부부사이 최악이라 늘 이혼고민중이라는 분.

(혹시 몰라 훼이크 많이 섞었어요~~)

저처럼 의식적으로 인간관계를 피하는데도 제 귀에 들어온 소식만도 이만큼이에요. 사실은 이보다 더 많죠.
처음에 좀 덜 민감한 얘기들을 들었을 땐 아니 왜 굳이?? 이혼 별거가 뭐 그리 뭐… 사람이 살다보면 별별일 다 있는데 했다가
그 이후 익명으로도 차마 쓰지 못할 민감한 얘기들을 듣고나니 아하 싶네요.
그럼에도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은 일은 그냥 모르쇠 모르는 척 하는 중이에요. 다들 가면을 하나씩 쓰고 사는구나 싶은데, 가면을 쓸거면 계속 쓰고나있지 뭐하러 가면속 얼굴을 굳이 디미는 거며… 사람들은 다들 자기 속내 얘길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거겠죠. 우연이든 뭐든 그 속내를 알게 되었으면 또 그걸로 접을 일이지 그 사람이 가면 쓰고 있다는 걸 알면서 뒤에서 또 굳이 다른 사람에게 가면속 얼굴을 알릴건 뭔가요.
저는 큰 조직에선 일을 해 보지 않아서 뒷담화가 이렇게나 무성하다는 사실도 놀랍고(또한번, 저 기를 쓰고 인간관계 피해다닌 사람인데도 제 귀에 이만큼…) 제 얘긴 어디가서 누가 뭐라 말을 하고 다닐까 싶기도 해요. 저야 그냥 대한민국 평균치의 노말한 인생이라 말거리 될 것도 없겠지만.
처음엔 모임사람 모두가 두루두루 친해보였는데 한 3년 지나니 그 모임 안에서도 파벌이 살벌하게 갈려 이 사람이 가는 뒷풀이 장소엔 저 사람은 절대 안간다는 식이고요.

참… 다이나믹한 세상에서
그냥 모른척 모른척 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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