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의 2차 가해

54살 동갑 재혼부부입니다.
남편과 저 모두 전 결혼에서 자녀가 없어서
아이 없는 가정예요
전 이혼하고 15년, 남편은 3년 되었을때 만나
8년 연애하고 결혼해서 이제 4년차 입니다.

몇달 전 남편이 거짓말하고 거래처 사람들과
동남아 여행 다녀온걸 알게 되어 두달 간 별거하고
이 나이에 두번 이혼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얻고
남편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통보해서 같이 살고 있지만
예전같을 수는 없고 남처럼 지냅니다.

제가 시댁은 물론 주위에서 이해가 안 된다고 할만큼
남편을 굉장히 좋아했고 정말 잘 했어요.
내 생각에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고
시누이가 언니 정도 사람이 왜 우리 오빠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듣고 시어머니는 저 덕분에
남편과 시부모님 모두 노년에 더없이 값진 축복 받았다며
주위에서 며느리 잘 봐서 부럽다고 난리라는 얘기
늘 들을 정도로 사랑받고 저도 최선을 다해 잘 했습니다.

50대지만 생활비를 150~170정도밖에 안 가져다줘서
제 임대 수입으로 충당하고 전세자금까지 모았지만
한번도 더 달라거나 불만이라고 한 적 없었어요.
오히려 그나마 가져다 주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남편과 코드도 잘 맞고 집에 같이 있으면
늘 조잘조잘 얘기하고 웃고 같이 팔짱끼고 동네 돌아다니고
식당에선 서빙하시는 이모님이 농담삼아 부부 아닌줄 알았다고
하실만큼 친구같고 더 할 수 없이 서로에게 든든한 아군였어요.

그랬던 남편이 성매매 하러 동남아까지 몰래 다녀왔다는 것도
인생이 부숴지는 충격이였지만 정작 문제는 그 이후예요.

집에 다시 들어온지 한달 정도 되었을때
이제 대화를 해야하지 않겠느냐.
당신이 어떤 생각인지 듣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의 첫마디가 저랑 사는게 너무 싫어서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다녀온거라고.
결혼 내내 제가 남편을 쓰레기 취급 했고
매일 화만 냈고 밥 버러지 보듯 봤다네요.

기가 막히다는 표현이 모자랄 만큼의 충격이였지만
당신은 내게 사랑한다는 말 한번도 안 했어도
나는 매일 당신 멋있다, 어쩜 그리 잘 생겼냐
사랑한다 그렇게 표현했는데 내 사랑을 못 믿었냐고 물어보니
그 모든게 자기를 구속하고 조정하기 위해 하는 소리로
들렸답니다.

그 순간 깨달은 두가지.
첫째 외도하고 사과하는 남편 없다더니 내가 그리 오래 지켜보고
선택한 남자도 기를 쓰고 결혼 파탄의 책임을 내게 전가하는구나.
이런게 2차 가해구나.
둘째 평소 인정욕구가 너무 강하고 열등감 꽤 있고
자신의 감정표현 못 하는 사람인건 알았지만
이 사람 스스로가 자신을 쓰레기로 보고 있었구나.

그 대화 이후로 남편은 제 친정 남동생과 자기 친구들에게
저 때문에 힘들어서 딴짓한거라고 개소리를 시전하고
다녔더군요.

제가 선택하고 사랑한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경멸은
잠시 뒤로 하고 부부상담 받고 있습니다.
두 시간에 30만원씩 내가며 네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상담으로 하루 아침에
그걸 깨닫는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압니다.

이 모든 와중에 3주 전 친정 엄마가 돌아가셨고
장례 치르고 서류정리, 상속등기 뛰어다니다
지난주 금욜에 모든 일 마치고 바로 감기몸살 와서 쓰러져 있는데
약 사다줄까 소리 한번 없이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네요.

정말 신중하게 선택했고 최선을 다하며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4년만에 이렇게 박살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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