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마지막 끊어짐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

엄마가 중학교때 집을 나갔어요
바람나서요
곱게 나간게 아니고
우리 학교 간 사이 용달 불러서 짐 다 빼고
전세금까지 빼고 갔어요.
집에 오니 그야말로 시커멓게 텅빈 집이 동굴같던 그 장면
제 속에 각인되었죠.

힘든 성장기를 보냈는데
이십대 중반 눈앞에 불쑥 엄마가 십몇년 만에 나타나더라고요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만원짜리 스무장인가 내 앞에서 착착 세서 주더라고요.
그동안 나를 때린 세월에 대한 매값인가?
암튼 주니 받았고, 나타나니 만났어요.
어쩌면 나도 '엄마있는 정상인'으로 살고 싶어서였는지 모르지만
과거는 묻고 이십여년을 겉으로 보통 모녀처럼 왕래하고 살았는데요.
엄마는 그렇게 버린 거에 대해 사과도 반성도 없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나타나서는
다른 형제 편애했어요.
돈으로도 하고, 미묘하게 그쪽 집만 챙기고 등..
집도 돈도 보험도 다 그쪽으로만 갔고요.
저한테는 없었죠 김치...이런거나 주고. 너는 시댁있잖아..뭐 이러면서요.
그래도 저는 문제제기도 안했고요.
그러다 그 형제가 집나가고 행불자 되고 그러니깐
나보고 같이 찾으러 가자고 그래서 또 거길 쫓아가고 나는..
엄마가 그 형제때문에 속상하단 얘기 들어주고, 등등.
그 형제는 나를 성장기에 성추행하고 돈도 빌려가고 안갚는 사람이고
그거 엄마 다 알면서도 내 편 되어준 적 없고
그런 나를 끌고...거기 가서 둘이 드라마 찍더라고요.

그러다가 이제 저만 남으니까
그전에는 절 귀찮아 하더니, 저에게 좀 다정하게 하면서
엄마가 뭐 장사 새로 시작하는데 보건증 받는거, 온라인 교육 받는거 
저를 시키더라고요. 병원 한 번 같이 가는거랑.
진짜 별거 아닌데요 힘든 일도 아니었고요. 
거기에 마지막 실낱같은 끈이 뚝 끊어지는 걸 느꼈어요.
나에게 준 상처도 청산해주지 않고,
시간도 물질도 인색해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 할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나한테 주는건 이런거구나 이런 마음이 확 밀려오는데,
마침 저도 인생의 힘든 구간이어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더라고요.
나도 날 보호하자.
그래서 확 놓아버렸어요. 
마지막 문자를 보냈고요. 편지도 한통 썼습니다.
엄마는 아무 저항도, 문제제기도 안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리고 나서 제 무게가 훨씬 가벼워졌어요.
그 동안에는 엄마를 만나기 전후에 느꼈던 심적 스트레스와
해소되지 않은 감정으로 인한 답답함 억울함이 있었거든요.
그냥 모든 거에서 놔버리자 마음이요.
엄마가 돈도 별로 없지만 끝까지 나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았고
혹여라도 달라고 할까보아(그럴 생각도 한 번 없었는데)
미리 울타리 치며 다 그렇게 산다...하며 말돌리던거.
더 이상 보고싶지 않고요.
잘 사세요..이런 마음이요. 
물론 씁쓸함은 있지만
미움도, 원망도 함께 놓은것 같아요. 
이제는 내가 놓을차례구나 싶으면서요. 

이렇게 '버림'을 한 번씩 주고 받으며
우리 모녀의 게임은 제로섬 게임이 된 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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