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는 이야기 꾼이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했다고 해요
엄마가 심부름시키면 그집에서 누가 무슨 말했고 그집안이 어떤 분위기였는지를 자세하게 전해서 엄마가 눈에 본 듯이 알 수 있었다고 해요
동네에, 일하다가 다쳐서 10년 넘게 누워계시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엄마 심부름으로 그집을 자주 갔는데 그집 아주머니가 저만 가면 반가워하시며 방에 들어가 아저씨와 얘기 좀 하다가라고 했어요
아저씨는 늘 이불을 덮고 누워계셨어요
인자한 미소로 저를 맞이했는데 햇빛을 보지 못해 얼굴이 하옜어요
저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쫑알쫑알 그동안 제 주위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어요
학교에서는 어땠고 친구들하고 뭐하고 놀았는지
그동안의 일을 재미나게 얘기 해드렸어요
저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었는데 제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 듣는 사람이 마치 그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현장감 있게 들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아저씨가 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 일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는데
얼마전, 동네분 장례식에서 저보다 두 살 많은 그분의 아들을 만났는데 그 분이 내 어린시절 얘기를 해서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생각해보니, 그집에 들어서면 까치가 울었고(아마도 설 음식 가져다 드린 듯)
아주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늘 이불을 덮고 누워 계신 하얀 얼굴의 아저씨.
그댁에서 사랑받던 초등학생 저의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한번 적어봤어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