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올리겠다고 그랬으니 오늘 생각난김에 에피소드 하나 올릴게요
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막 스무살 언저리쯤 되보이는 처자 둘이 월세를 얻으러 왔어요
운동화도 입은 티도 같은거길래
우와~ 우정이 대단하네 그려 생각했죠 둘다 참 이뻐 보였어요
그 나이만한 조카가 생각나기도 하고
이 친구들이 성인되고 처음으로 독립하는거라 하더라고요
다행이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 계약과 동시에 당일 입주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당일 입주가 흔한 케이스는 아닌데 더 이상한점이 이제 막 성인이 된 두 딸래미들이
자취를 한다는데 양쪽 가족들이나 부모님들이나 전혀 상관을 안한다는거였어요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대화를 해보니 세상물정 전혀 모르고 자취를 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품들이나 생활용품이 뭐가 있는지조차 감도 못잡더라고요
사회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고 살림도 해보지 않았으니 이해는 되었지만
뭔가 사정이 있는듯 하여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불가게부터 그릇가게부터 다이소부터 데리고다니면서 하나씩 장만하게 했는데
그런데 이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여윳돈이 거의 없어서 난감해 하길래
당장 이불과 그릇 수저 김치 쌀 요정도 처음 독립 기념으로 이모가 사주는거다 했더니
극구 사양하더니 나중엔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더라고요
맘같아선 중개 수수료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전 친언니와 합동이긴 했지만 직원개념이어서
수수료는 언니에게 입금을 해줘야 했기에 그러지는 못하고
계약했다고 바로 돌려보내기가 내내 마음에 걸려 이모된 마음으로
오지랖좀 부려 당장 필요한 물품만이라도 사줘야 겠다 싶어 대충 사주고 집까지 짐을 날라주었죠
그렇게 몇일지 지나고 이 친구들이 제 번호를 저장해놨나보더라고요
카톡이 뜨길래 잘 살고 있나? 궁금도 하고 해서 스토리를 방문했죠
이때는 인별이 아니라 카카오스토리였어요 ㅋㅋ
스토리에 들어가니 처음으로 독립한 그 집에서 둘이 잘 살고 있더라고요
스토리를 보니 왜 아이들 둘만 이렇게 힘들게 방을 구하러 다녔는지 짐작이 갔어요
방 보여주며 계약하는 내내 이상하게 이 친구들이 짠해보이고 해맑아 보이고 이뻐보여 오지랖을 부렸는데
스토리 보니까 더 짠하더라고요...
그리고 가끔 몇달에 한번씩 연락해서 잘 살고 있는지 불편한건 없는지 물어보고 그 친구들도
궁금한점이나 잘 모르는 점이 있으면 곧잘 연락하더라고요
계약기간인 일년이 지나 투룸으로 이사한다고 다시 의뢰를 하더군요
두번째 집까지는 제가 계약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연락이 없었어요
10년이 훌쩍 지났는데 그 아이들이 간헐적으로 생각이 나요
가끔 타성에 젖고 일하기 싫고 그럴때 이 친구들을 대했던 그 당시 제 생각과 초심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그외 초심을 잃을때마다 특별하게 생각나는 손님들이 있어요
저는 제 직업이 제 적성에 잘 맞는것 같아요 마지막 직업이 되지는 않을것 같지만
현역에 있는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