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저만 겨울 외투가 없었어요
오빠랑 3학년 차이였는데
6학년 겨울방학에 찍은 사진을 보니
오빠만 노란색 빵빵한 패딩을 입고 있고 있네요
제가 중고등학생일 때, 엄마의 회색 롱코트가 참 멋졌어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 아빠가 150만원인가 주고 샀다면서
토스카나(?) 털 외투를 저한테 보여주며 자랑했어요
고 3때 엄마의 친구 딸이 입던 모직 자켓을 물려받아서
입고 다녔는데, 그게 겨울 외투에 대한 첫 기억이에요
수능 끝나자마자 알바를 시작해서
대학교 겨울에 이월상품인 가죽 코트를 사서 입고 다녔어요
남자친구 엄마가 추워보인다고 옷 없냐고 하셨는데
저는 아니라고, 따뜻하다고 여러번 말씀 드렸어요
그해던가, 다음 해던가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가 10만원짜리 무스탕을 사줬어요
참 따뜻했어요.
그때는 생각조차 못 하고 살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겨울 외투도 없었고.
장갑도 없었고, 내복도 없었고, 기모 스타킹도 없었고
겨울용 양말도 없었고, 학교에서 쓰는 담요나 방석도 없었고
목도리도 없었고, 모자도 없었고.
없는 게 참 많았었는데 없는 줄도 모르고 그냥 살았네요.
일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점심에 컵라면 한 개 먹고, 저녁에 봉지라면 먹고
항상 배고프고 항상 추웠는데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도..
왜 몰랐을까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