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왜 저만 겨울 외투가 없었을까요?

마흔 중반이에요

생각해 보니, 저만 겨울 외투가 없었어요

오빠랑 3학년 차이였는데
6학년 겨울방학에 찍은 사진을 보니
오빠만 노란색 빵빵한 패딩을 입고 있고 있네요

제가 중고등학생일 때, 엄마의 회색 롱코트가 참 멋졌어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 아빠가 150만원인가 주고 샀다면서
토스카나(?) 털 외투를 저한테 보여주며 자랑했어요

고 3때 엄마의 친구 딸이 입던 모직 자켓을 물려받아서
입고 다녔는데, 그게 겨울 외투에 대한 첫 기억이에요

수능 끝나자마자 알바를 시작해서
대학교 겨울에 이월상품인 가죽 코트를 사서 입고 다녔어요

남자친구 엄마가 추워보인다고 옷 없냐고 하셨는데
저는 아니라고, 따뜻하다고 여러번 말씀 드렸어요

그해던가, 다음 해던가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가 10만원짜리 무스탕을 사줬어요

참 따뜻했어요.

그때는 생각조차 못 하고 살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겨울 외투도 없었고.
장갑도 없었고, 내복도 없었고, 기모 스타킹도 없었고
겨울용 양말도 없었고, 학교에서 쓰는 담요나 방석도 없었고
목도리도 없었고, 모자도 없었고.

없는 게 참 많았었는데 없는 줄도 모르고 그냥 살았네요.

일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점심에 컵라면 한 개 먹고, 저녁에 봉지라면 먹고
항상 배고프고 항상 추웠는데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도..

왜 몰랐을까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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