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코트랜드 작가 게일 허니먼이 쓴 <Eleanor Oliphant is completely fine > 이라는 책에 나온 표현들 몇개를 갖고왔어요
한국판 제목은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엄마가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엄마로부터 끊임없이 상처받고 어린 시절부터 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친구도, 사회적 관계 기술도 없이 혼자 외롭게 지내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엘리너라는 외톨이 여성이 주인공인데 길거리에서 우연한 사고를 접하면서 사람을 알게 되고, 친구를 만들게 되고, 사람의 온기, 행복을 알게 되는 이야기로 쌉쌀하면서 웃기고 여주인공은 괴짜같은데 매력적이예요
1. Bring out your dead
엘리너는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혼자서만 지내는지라 사람들이 흔히 갖는 사람과 얽힌 일상의 모습들은 그녀에겐 낯선 일이예요
당연 누군가의 장례식장에 가본 적도 없는데 어쩌다 장례식장을 가게 되었고 그녀에겐 걸맞는 복장이랄게 없었어요
장례식 전날, 급하게 옷이며 신발, 가방을 구입하고 자기 전 옷걸이에 구색맞춰 걸어놓고는 “I was ready.
Bring out your dead.
” 라고 하는데 나는 준비를 마쳤으니 시신을 가져오라?
그 뜻은 장례식 복장을 다 갖춰놓았으니 부고장 보내라고, 옷 고민없이 언제든 연락오면 바로 조문갈 수 있다는 뜻인거죠
이 표현은 14세기 유럽을 강타하여 2500만명 정도의 사망자를 낸 흑사병 시대에 곳곳에서 들리던, 글자 그대로 슬프고 끔찍한 말이예요
순식간에 퍼진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시신처리 담당자가 수레를 끌고 동네를 다니며 소리쳐 알립니다
“
Bring out your dead!
(누구든 집에 흑사병 사망자가 있으면 시신을 들고 나오세요)”라고
시신을 모아 수레에 실어 동네 밖에 단체로 매립해서 전염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이었죠
1975년에 나온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몬티 파이톤의 성배)> 라는 유명한 병맛 코미디 영화의 대사로도 널리 알려져있죠
아직 살아있지만 곧 사망 예약이라며 아버지를 수레에 미리 실어 보내려는 아들, 아직 죽지 않았다고 우기는 아버지, 살아있는 사람을 수레에 싣는건 불법이라며 거부하는 시신 담당자와의 실랑이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죠
-> Monty python - Bring out your dead를 외치는 장면
2. Old chestnut
여러번 반복해서 말하거나 써서 듣는 이가 더이상 재미도 없고 지겹게 느끼는 이야기 소재나 농담을 뜻해요
사골 우려먹는다고 하는 바로 그것이죠 ㅎㅎ
이 표현의 유래는 1800년대 어느 연극에서 한 배우가 떨어지는 밤에 맞은 이야기를 꺼내자 상대 배우가 그 얘기 벌써 27번째라며 지겨워하는 장면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밤과는 상관이 없어져버렸죠 ^^
이 책에서는 엘리너의 직장 동료가 헤어진 전 여친 얘기를 하면서 3년 만에 만났는데 헤어진 이유에 대해 여전히 똑같은 한탄을 하는 것을 보고 “I can’t believe she came out with that
old chestnut
.” (그녀가 또 그 얘기를 꺼냈다는게 믿겨지지 않아) 라고 말해요
좀 더 와닿는 예문으로, “Have I ever told you about the time I went skiing?” David asked his dinner guests. “Oh, no,” said his wife, “
Not that old chestnut!
” 라고 하면 남편인 데이빗이 저녁에 초대한 손님들 앞에서 단골 소재인 스키타러 간 얘기를 시작하려 하니 아내가 듣고 “또 그 얘기요? 이제 그만~ !”이라며 말리는 상황이죠
남자들 군대 얘기, 흔한 민간요법이나 건강상식, 조부모님들의 손주들 앉혀놓고 하는 이야기거리 등도 흔히 접하게 되는 old chestnut의 예
3. The world is your (my) oyster
승진 제안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고민하는 엘리너에게 친구처럼 가까워진 동료가 더 넓은 세상, 많은 기회에 대해 말합니다
“Do you want to stay in Glasgow? You could move to Edinburgh, or London or… well,
the world is your oyster
really, isn’t it?”
(글래스고에 머물고 싶어요? 에딘버러로 가도 되고 런던도 있고,… 가고싶은 대로 가요. 세상 못할게 뭐가 있어요, 안 그래요?)
보통 사회에 막 발을 디디는 젊은이들에게 쓰는 말인데 젊고 건강하고 배울대로 배웠는데 못할게 뭐가 있니, 세상이 다 너의 (나의) 것이야, 하고 싶은거 다 해… 뭐 그런 뜻이예요
물론 청년이 아니더라도 선택할 옵션이 여럿 있고 네가 원하는대로 인생을 끌어나갈 수 있다고 격려, 응원하는 의미로 쓰기도 해요
이 말은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희극 < The Merry Wives of Windsor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에 나온 표현인데 세상은 나에게 진주를 품은 굴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열어 진주를 갖겠다는 대사가 나와요
모든 굴에 진주가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 까지 않으면 안에 있을 수 있는 진주를 가질 수도 없고, 또 굴이 크면 까는데 더 힘과 공이 들어가지만 그만큼 진주도 더 클 수 있으니 세상은 나 하기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죠
** 82에서 ‘심심풀이’로 검색하시면 이전에 쓴 같은 제목의 시리즈 글 5편을 모두 보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