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폐암 말기인 아빠를 뵙고 왔는데

팔십 가까운 친정아빠가
전화할 때 목소리가 너무 안좋으시고
내가 이번 달을 넘길지 모르겠다..하시길래
오전에 다녀왔어요.

살도 많이 빠지시고 
기력도 없고
의사 얘기도 치료 거부하는 아빠 딱히 뭐 해줄게 없다 하시는...
그냥 산소기나 쓰고,
뭔 증상 있으면 응급실로 가라고.
그래도 입성도 베레모에 아빠 좋아하시는 
베이지색 패딩에 카키 니트에..이발도 깔끔하시고..

그런데 해물탕 드시고 싶다고해서
연포탕을 사드렸더니 잘드셨어요
난 질겨서 잘 넘어가지도 않던데
나보다 훨씬 많이 드심. 
암튼 기운이 괜찮으시다해서
스벅 갔더니
자바 프라프치노 드시고,

저를 보더니
너 몸무게가 몇이니 딱 보니 55-56키로 나가게 생겼구나
(저 54.5키로입니다.)
영어 들으면 몇 퍼센트 알아듣니(제가 영어 잘했음다)
중국어는 안까먹고 잘하니(전공임다)
안아프셨을 때 만날때마다 하던 질문 똑~~~같이 하시네요.

물론 기력 좋으셨을 땐,
스쿼트 몇 개 하니, BMI가 몇이니, 체지방 몇퍼니 이런것도 물어보셨음. 
매번 그러셔서 속으로 궁시렁 거리고 짜증나고 그랬어요.
날 고딩으로 아나....낼모레 50이구만. 

오늘은 반갑더라고요.
아빠 아직 살만하시구나. 
내가 잘살길 바라시는구나. 아직도 나에게 관심이 있으시구나..싶어서
부모 사랑에 좀 짠하면서도, 쓱 웃음도 나고...

차가 너무 막혀서 왔다갔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더군요. 
마음의 짐을 아주 조금 덜고 왔어요.
앞으로 또 일이 많겠지만요. 

저 얼마전에 아빠 삼혼인데 장례 어찌하냐고 글올렸던 사람이에요. 
오늘 병원가니 세번째 부인되시는 분 같이 나오셨길래
같이 진료실에도 가고, 연포탕도 먹고, 커피도 마셨어요.
할 말도 관심도 없어서 그냥 말씀하시는거 들어드리고, 대답하고...
그렇지만 좋은 분 같더라고요. 
우리 할머니(아빠의 엄마)는 너희 아빠가 처복이 없다고 슬퍼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아니요...
아빠는 꽤 좋은 분들과 세 번의 인연을 가진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내가 아빠를 미워하기도 했어요
새어머니보다도 아빠가 별로인거 같아서...
세번째 부인이신 어머니께서 장례 치루게 되면 같이 상주해야할텐데..하시더라고요.
그쪽 집 외동딸이 있어서 무척 불편하겠지만 뭐..어쩌겠습니까
이게 내 인생인걸.

그렇게 집에 와서 한동안 꼬꾸라져 있었어요. 피곤해서. 기빨렸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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