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밀가루, 쌀가루 등으로 만든 모든 음식과 일주일에 적어도 두 마리는 먹어치우던 치킨과 모 떡볶이 가게의 튀김을 모조리 끊은 지 딱 4주 되었네요.
과자, 빵, 떡, 치킨, 튀김을 주식으로 먹고 살며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안 한 지 어언 3년여.. 피검사 결과가 (예상대로) 엉망이더라고요.
공복 혈당 105, LDL 150(...), 중성지방 125(정상범위이긴 하지만 70을 넘은 적 없었음) 등등.
나이 오십에 스트레스를 핑계로 너무 막 나갔지요, 제가. 어렸을 땐 뭐 몇 년 엉망으로 살아도 괜찮았는데 나이는 속일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술 안 마시고 야식은 안 먹어서 저 정도였지 싶습니다.
여튼 그래서 끊었어요.
배달음식을 안 시키게 된 건 당연하고, 밀가루 안 든 가공식품이 별로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공식품도 안 사게 됩니다.
현미, 귀리, 호라산밀을 섞어 밥을 하고 오트밀을 애용해요. 그래도 과자랑 빵은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롤드오트 불려서 과자랑 빵 만들어 먹고 있네요. 아몬드 가루랑 무설탕 코코아 가루도 잘 써먹고 있습니다. 설탕 대신 스테비아가 섞인 에리스리톨을 쓰는데 이것도 완전히 검증된 게 아니니 최대한 적게, 유튜브에 많이 있는 키토베이킹 레시피의 절반 정도만 쓰고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맛은 .. 네.. 뭐 그렇습니다만, 아쉬우니까 이것도 감지덕지하며 아껴 먹고 있네요.
각종 채소, 닭가슴살, 달걀, 두부를 최근 3년 간 샀던 양을 근 한 달 새에 다 사 먹은 것 같고요. 붉은 고기는 가급적 줄이려고 하는지라 먹을 때는 냉동실에서 100 그램 정도만 꺼내 먹네요. 서리태 불려서 삶아 소금 조금 넣고 갈아 먹으니 고소하고 맛있더군요. 생전 안 사던 삼치도 사서 구워 먹습니다. 혈당이 신경은 쓰이지만 과일도 종류별로 두루 조금씩먹고 있습니다. 사과가 이렇게 맛있는 과일인 줄 처음 알았네요.
배 부르게 먹는데도 4주간 2킬로가 빠졌고요. 체지방은 줄고 근육은 약간 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이지만 운동도 하고 있고요. 키 165에 58킬로였으니 비만까진 아니었어도 복부비만은 심각했었는데 4주 사이에 허리둘레가 6센티나 줄었습니다;;;(이전에 참으로 개판이었다는 반증이겠죠)
3개월 잡고 시작한 일인데 4주 되니까 힘들긴 힘듭니다. 달콤한 빵이랑 떡이 미친 듯이 먹고 싶고, 금단 증상인지 브레인 포그까지 있네요. 24시간 내내 그런 건 아니지만 한 번씩 살짝 두통이 오면서 멍~해지는데 이제 그만 할까 싶으면서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처음 목표대로 3개월 채워보자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한 글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갓 뽑은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고 싶은 충동이 미칠 듯이 일고 있어서 말이죠 ㅠㅠㅠ
저 좀 말려주세요 ㅠㅠㅠ
아, 고등 딸 밥은 그래도 열심히 챙겨주긴 했지만 에미가 이 모양이었다보니 아이도 밀가루와 트랜스지방을 꽤나 많이 섭취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저랑 같이 식단 하면서 (그래도 아이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인 휘낭시에와 초콜릿 케익은 일주일에 1~2회 먹었어요) 피부가 말도 못하게 좋아졌습니다. 밀가루랑 설탕이 염증을 만든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나봐요. 원래도 빠질 살이 없이 날씬해서 162에 46~7 이었는데 이제 45~6 나가네요. 허리도 23인치고요. 군살이란 군살은 죄다 빠져버린 것 같아요.
무튼!! 피부 트러블에 고민이신 분들은 밀가루 끊어보세요. 저는 원래 주름이 많은 대신 트러블은 없는 피부라 표가 안 나는데, 고딩 딸은 뾰루지 몇 개가 자주 돋았었거든요. 근데 식단 시작하고 열흘 정도 후부터는 아예 안 생기네요. 매끄럽고 윤기 나고요. 정말이지 놀랍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