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주도적으로 삶을 살길 바라며 진로며 뭐며 아이가 결정권을 갖도록 했어요.
아이는 어릴 때부터 영특해서
따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꽤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예체능을 주로 했어요.
산과 들에서 원없이 뛰어놀았고요.
해외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거기서도 단기간에 우등하고, 임원했었고요.
아이가 국제고를 갈까 공연예고를 갈까 하다가 그냥 일반학교 진학했어요.
중2에 B가 하나 있어서 국제고가 간당간당할것 같으니 아이가 포기하더라고요.
아쉬웠지만 아이 결정을 따라줬습니다.
저희 아이가 감각도 예민하고 불안 강박도 높아서
뭘 푸시하면 문을 닫아버리는 성격이거든요.
국제고반 들어가서 하루에 영단어 300개씩 외우다가
어느날 빵 터쳐서 펑펑 울며 불행하다고 고만두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국제고 입시는 관뒀고요.
고등학교 가서는 처음엔 남들처럼 학원 다니며 곧잘 했는데
1년 지나니 굉장히 무기력해 하더라고요
학원 뺑뺑이를 못견뎌했어요. 국영수만 했는데도.
때마침 코로나...학교와 학원만 겨우 가고(온라인)
나머지 시간엔 암막 커튼 치고 계속 잠만...
그러더니 연영과를 가겠다고 선언해버렸죠.
그것 외에는 하고 싶은 공부가 없다며.
긴 무기력증에서 탈출하는 것만도 반가웠어요.
병원에 가보니 우울증이 있다고 하는데 아이는 치료나 상담 뭐든 거부.
어릴때부터 선택적 함구증이 있었어요.
연기자로 재능이 있나...는 모르겠으나
연기를 배우는 그 과정이 아이 내면에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이는 연기에는 재능이 없나봐요.
수시, 정시, 거의 모든 학교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고요.
다른 연영과 준비생이 다 그러나 본데
고3 마지막 내신도, 생기부도 놓아버린 아이는
이제 연기로도 일반 문과대학도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고3때는 모의고사도 잘 안보더라고요.
연영과 지망 아이들 다 그런다면서..
아이는 진지한 대화를 거부합니다.
일상적 대화는 잘하지만,
제가 아이의 생각, 계획, 감정을 물으면
그런거 알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불을 덮어쓰고 안나와요.
언뜻언뜻 비치는 말로는 자기도 고민은 되는데
지독하게 회피성향이라 이 귀한 시간을 친구 만나서 놀고 술먹고 쇼핑하며
자신의 실패감을 날리는 듯 해요.
집앞에 알바 자리는 하나 구해놨더군요.
벌써 2월 말로 향하는데 재수를 할지 뭘 전공으로할지도 정하지 못했어요.
불안감이 강한 아이를 보살피려고 저도 전업을 하며 아이를 키웠어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아이를 믿어주려 했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안아주려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녹녹치 않고요
아이 성격도 예상치못하게 반사회적인 면도 있고요.
뾰족하고 까칠하게 가족의 마음을 긁어놓기도 하고,
이제 나이로 성인인데 미숙하고 자기중심적인 것 같아
부모로서 좌절감 + 아이 미래에 대한 염려가 듭니다.
매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