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제가 형님한테 뭐라고 말해야 될지 좀 가르쳐주세요

남편은 3남1녀중 막내고 형님은 4남매중 장녀입니다. 그러다보니 남편과 형님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40이 다 된 지금도 남편은 자기 누나한테 애교를 부리며 용돈도 타내고 명품도 받고 그래요. 형님은 아주 넉넉한 형편이시고 성격도 좋으셔서 저희에게 많이 베푸셨고 저희 아이들도 끔찍하게 예뻐하십니다. 저와 형님은 서로 전화번호도 모르는 지경이라 시누이 노릇은 커녕 평소에는 아예 연락이 없는 정도고 가끔 제 아이들이 보고 싶으시면 한두달에 한 번 정도 주말에 오셔서 하루 머물다 가시는 것이 다입니다.  저도 이제껏 전혀 불만 없었고 오실때마다 아이들 장난감이며 옷이며 두 손 가득 싸들고 오셨고 민폐 끼치는 스타일도 아니고. 저 형님 정말로 좋아했어요. 

저는 아들이 둘 있습니다. 큰애는 40개월, 작은애는 이제 막 두 돌 지났어요. 아무래도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노는 것이 거칠고, 그리고 큰아이는 머리가 좋고 성격이 좀 강한 편이에요. 동생한테 소리 지를때도 많고 장난감을 만지지 못하게 하고 혼자서만 놀 때도 종종 있어요. 큰아이는 말이 빨랐는데 작은 아이는 두 돌인데도 말 할 수 있는 단어가 몇 개 없고 말로도 힘으로도 밀리다 보니 사실 작은애에게 억울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죠. 그럴때마다 제가 개입하고 큰아이를 저지 시키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고... 그리고 남편은 자기도 자라면서 형한테 맨날 맞고 머리통 터지게 치고박고 싸우고 살았다며 남자애들은 원래 그런거라면서 크게 간섭하지는 말라는 주의입니다. 남편 형제들 지금은 아주 사이 좋아요.

지난주 금요일날 형님이 오셨습니다. 역시나 새로운 장난감을 사오셨는데 지금 둘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커다란 자동차 장난감을 사오셨어요. 아이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고 자동차에 별로 관심 없는 큰아이도 새로운 장난감이다 보니 흥미가 있었겠죠. 처음에는 잘 노는 것 같았는데 큰애가 역시나 동생에게 만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며 애를 밀더라구요. 당연히 따끔하게 혼내고 못하게 했는데도 지 나름대로의 이유를 대가며 나중에는 대성통곡.... 작은애는 지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맘대로 가지고 놀지 못하니 역시나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제가 그래서 사이좋게 놀 수 있을때까지 이 장난감은 아무도 가지고 놀지 못한다며 치워버렸고, 아이들은 그렇게 울다가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좀 잠잠해져 가고 있었어요. 

그때 형님이 작은 아이를 방으로 부르더라구요. 아이들 둘 다 전자기기라면 정신 못차리게 좋아하는거 아시면서... 작은아이만 방에 부르면서 "ㅇㅇ이는 고모랑 놀자. 이리와 고모랑 아이패드랑 애플와치 가지고 놀자" 이러시더라구요. 작은애는 말도 잘 못하면서 아이패드 애플 와치는 뭔지 아니까 좋아서 달려 들어가고 큰애는 "나도 같이 놀고 싶어요!" 하면서 같이 들어가려고 하니까 "동생한테 소리지르고 혼자만 노는 아이는 고모랑 놀지 못해" 하면서 문을 잠궈 버리시더라구요. 큰아이는 당연히 난리가 났고....... 형님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문 잠궈놓고 30분 가까이 작은애와 놀더라구요. 방 안에서는 작은애가 숨 넘어가도록 깔깔거리는 소리가 나고, 밖에서 큰아이는 숨 넘어가도록 꺽꺽대며 울고...... 

제가 보다 못해서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서 큰아이에게 동생 밀고 때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같이 놀자.. 했어요. 아이는 당연히 자기도 너무 같이 놀고 싶으니 미안해 사과하고(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한 애라 웬만해서는 사과 잘 안 하는 애에요 엄청 혼내고 몇 십 분 운 다음에야 웅얼웅얼 사과하는 스타일) 고모 옆에 앉으려고 하는데 고모가 애한테 하는 말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사과 했다고 니 잘못이 용서되는건 아냐. 고모는 오늘 하루 xx하고는 안 놀거야. 그게 오늘 니가 받는 벌이야" 하며 아이패드를 치워버리더라구요. 아이는 또 다시 뒤집어지고..

큰아이 성격이 강하고 동생을 괴롭히는 것 처럼 보이는거 인정해요. 제 고민중 하나고요. 제발 나이가 좀 더 먹어가면서 좋아지기를 바랄 뿐인데... 형아라지만 아직 40개월된 아기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형님이 너무 아이한테 잔인하고 인정머리가 없는거에요. 아이는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어요. 얼마 전까지만해도 큰아이가 고모 사랑을 독차지 했었거든요. 큰애도 고모 온다면 온집안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기뻐할만큼 고모를 좋아하는데... 그리고 저도 상처 받았죠. 저렇게까지 모진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직 아기인데...... 내가 얼마나 우스우면 엄마 앞에서 저런 모지락진 말을 아이한테 차갑게 해대는건지.

며칠째 잠이 안 오도록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형님한테 한 마디 해도 될까요. 아이에게 너무 그렇게 모질게 하지 마시라구요. 제가 열심히 가르치고 있고 고치고 있지만 아직은 너무 어려서 자기도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 아이고 타고난 성정이 강한 아이라 시간이 좀 걸릴 뿐이라구요. 참고로 형님은 미혼이시고 아이를 키워본 적 없으세요. 저는 형님과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바라는건 다음번에 오셨을때 혹시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해도 큰아이에게 그렇게 모질고 차갑게 대해주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기분 상하지 않게 잘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지난 일 가지고 뭘 또 얘기하냐며 역시나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이 사람은 애들 키우는데 전혀 도움 안 되는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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