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나이가 들수록 친정엄마가 측은해져요...

나이가 들수록 친정엄마한테는 연민과 애틋한 마음이 드네요.
아빠도 육체노동으로 어렵게 자식들 키워주셔서 측은한 면이 있긴 하지만, 굳이 마음의 깊이 같은 걸 따지자면 엄마쪽이 훨씬 깊어요.
아빠는 일반적인 남자들처럼 일해서 월급이 얼마든지 월급봉투만 주고 나머지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셨고 엄마가 짜투리 일이라도 할라치면 밖으로 나돌지 마라 하시면서 못하게 하셨어요. 옛날 엄마들이 힘드셨듯이 잔소리 대박 많은 시어머니 모시랴, 올망 졸망 자식들 키우시랴, 가끔 속 썩게 만드는 아빠 상대하랴 살림 꾸리랴 만만치 않은 그세월을 보내고 이제 노인이 되셨네요.

물론 예전에 너무너무 섭섭하게 만든 적이 한 두번 아니고 글로 쓰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 갱년기 때 순하고 만만하던 저만 붙잡고 소리 고래고래 지르고 쌍욕한 적도 많고, 이유 없이 화풀이 대상으로 맞은 적도 있구요. 뭘 해드려도 만족 못하거나 누가 봐도 괜찮은 걸로 해드렸는데, 평가절하해서 이거 별 거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한다거나 그런 적도 많아요.
그런데 그런 밉고 섭섭하던 마음도 이젠 말로 꺼내놓으면 "그 때 그랬지, 아 진짜 왜 그랬어~~~" 뭐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희석된 거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여자로서, 인격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들을 둔 엄마의 일생에 연민이 생겨요.
없는 시골 살림에 월급도 빠듯하게 갖다주면서 무턱대고 맞벌이 못 하게 하는 아빠와 옆에서 살살 약올리며 대접받아먹는 시어머니가 얼마나 원망스러웠까요. 그런 세월을 다 겪고 나이드신 엄마가 너무 측은하고 불쌍해요.
제가 딸이라서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걸까요? 만약 아들이었다면 아빠에게 이런 감정이 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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