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컵샀소 세개샀소



은행에 갔소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창구는 텅텅 비어있는데 직원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고 10분 20분 하염없이 시간이 갔소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거냐고 문의하는데

내가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소

짜증내는 소리를 듣고 직원이 벨을 눌러

오라고 해서 업무를 봐주었소

은행을 나오며

나는 나이도 많은데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고

화를 내는 걸까 생각하며 걸었소

걷다가 생각하니

그랬소

자영업을 하는 나는 늘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이었소

매일 아침과 점심 2끼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오  집에 삼식이가 살고 있소

늦어도 12시반까지는 출근을 해야하오

출근하고는 오후6시까지는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또 집안일을 하는거요

시간에 쫓겨서 화가 난거지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 화를 낸건 아니라며

은행 직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좀 덜어냈소


자영업 8년차요 올 겨울은 추웠소

특히 겨울이 힘든 것 같소

먹고 사는 일에 대해 늘 생각하며 살아가오

아이들은 뭘 해서 먹고 살아갈까 걱정하오


피곤이 끝까지 가닿을때 물건을 사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나무래도 할 수 없소

물건을 사면 마음이 좀 풀리오

누군가는 이것을 악순환이라고 부른다고 하오

일하고 돈벌고 소비하고


한때는 책을 읽으면 위로를 받았소

나는 일을 하고 와서 소파에 앉거나

침대에 앉아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었소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리고 왠지 조금이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오


그러나 지금은 유튜브 쇼츠를 보오

나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소


어쨌거나 스마트폰의 노예이면서

물질의 노예로 낮동안에는 매일 노동을 하는

나는 이번주에는 컵을 샀소



엄마가 생각나는 컵이오

젊은 엄마는 이런 컵에 커피를 드셨소

언니와 오빠가 모두 학교에 가면 집에는 엄마와 나만

엄마와 나만 남소



집안일을 모두 마친 젊은 엄마는

이런 컵에 커피를 타서 드시는 거였소

작은 마당이지만 햇살이 가득했소

수돗가 물통엔 맑은 물이 찰랑이고 바람이

마당을 채웠소 나무로 된 된 대문은 한번도

잠기는 법이 없었소 늘 열려있어 아무나 문을

열고는 들어왔소 때로는 밥을 달라며 거지도

들어왔소 엄마는 몇가지의 반찬과 밥을 내어주고

평상에서 밥을 먹고 거지는 돌아갔소 나는 마당을

빙빙 돌며 혼자 놀고 있소



지금 나는  그때의 엄마보다 훨씬 많이

나이가 들었소 컵을 보니 엄마 생각이 나오



컵 샀소

세 개 샀소



정말 많은 날들이 지났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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