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오랜 인연인데

어릴 때 좋아했던 이성친구가 있었고,
사춘기 때 한번 찾아가서 고백했다가 그 집 부모님이 절 설득해서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전 그 친구보다 먼저 결혼했는데 서로 소식은 없었으나 건너 건너 전해듣기는 했었구요.
이 악물고 공부해서 전 전문직으로 비교적 잘 나가는 편입니다. 
어느날 그 친구가 어떻게 알았는지 제 사무실에 전화해서 메모를 남겨뒀더군요. 이름과 전화번호. 
이제 서로 늙어 사심없다 싶어 저도 당장 전화를 했지요. 그리고 만났습니다. 참 좋더군요. 그 친구는 별로 변하지도 않았고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서로 배우자가 있으니 조심하는 마음이 있었고 전 그때 외국으로 출장갈 일이 생겨 갔다와서 연락하겠다고 했습니다. 
출장 중에도 그 친구 생각이 났으나 돌아와서는 그냥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얼마 후 뜻밖에 그 친구한테서 다시 연락이 옵니다. 제 분야 일에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하면서. 전 반가운 마음에 기꺼이 자문을 해줬고 그 친구는 거듭 고맙다고 하면서 조만간 만나서 밥을 사겠다고 합니다. 은근히 기다렸으나 소식이 오지 않고 있던 차에 식당 예약을 했다는 톡이  왔습니다. 그때 조금 갈등이 되더군요. 정말 사심없이 만나도 될까 싶어서요. 예약 링크를 보니 초대 수락 버튼이 있어 전 그걸 클릭했지만 따로 그 친구에게 톡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는게 뭔가 낯간지러운 느낌도 들었고 어련히 그 예약앱에서 그쪽으로 소식이 간다고 생각했거든요. 바쁘기도 했구요. 당시 초대 일자는  아직 보름 정도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 그 친구한테서 답이 없어 취소하는 걸로 알겠다는 톡이 왔습니다. 저는 바로, 아니 그냥두는게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서로 건조한 몇마디를 주고 받은 다음, 그 친구는 예약은 그대로 뒀다고 하더니 그날 저녁 제게 이멜을 보내왔습니다. 근황을 좀 설명하고 나서 (건강문제가 생긴 듯했습니다), 자기에게 응답 톡 하나쯤 보냈으면 좋았을거고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면 자기도 그런 기분으로 식사에 나오는 건 아닌 것 같다고요. 끝 말은 잘 지내라, 담에 연락할게 였습니다. 
이거 제가 뭔가 잘못했다는 건데… 좀 당황스럽네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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