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여기는 태국) 아이들 다 키우고 나니 이런 재미가 있네요 ^^

태국 방콕에 온지 4일째예요^^
애들이 다 커서 직장잡고 독립해서 남편과 둘이 사는 50대 아짐입니다 
큰애가 장기 휴가를 내고 이 나라 저 나라를 여행 중인데 지난 주 갑자기 연락이 와서 태국에서 만나자고...
동남아에 관심도 없고 가본 적도 없었지만 아들이 같이 여행해 보자니 언제 또 이럴까 싶어 부랴부랴 준비를 하는데 남편이 뭔 생각인지 먼저 나서서 비행기 표 끊어주고 카드 쥐어주며 실컷 놀다 오라고 ㅋㅋ
가방도 떠나는 날 새벽에 싸고 한국돈 몇장 넣고 카드 한장에 전화기, Grab 앱 달랑 깔고 왔네요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가기 한참 전부터 언어, 교통, 문화유적지, 일정 등 다 공부하고 정리해서 계획하는데 이렇게 무계획으로 와보긴 처음 ㅎㅎ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최소 인사말조차 검색도 안해보고, 여름옷 몇장 넣어서 기내가방 무게 제한 10킬로에 한참 못미치는 6킬로의 가벼운 가방을 들고 부담없는 여행길에 올랐죠 


5시간 반의 짧지 않은 비행 후 공항에 도착, 와이파이만 믿고 내렸는데 뭐가 문제인지 와이파이가 안되서 잠시 당황
그러나 50년 넘게 산 자의 여유로 그 자리에서 환전하고 유심사서 끼웠는데 그랩 앱 오류 발생, 나가서 그냥 택시 잡아타고 방콕 호텔로 왔어요 
처음 가보는 다른 나라에서 아이를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태국은 며칠의 경험이긴 하지만 사람들 참 친절하고 순하고 목소리도 조근조근한게 어찌나 친근한지요 
날씨도 따뜻하고 온갖 과일 천국에 먹거리가 널려서 그런가 성급함이나 경쟁과 같은 단어는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예요 
다들 넘 친절해서 어딜 가든 길을 잃어도 뭔 일이 생겨도 어찌 잘 되겠지~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마구 솟아나요 ㅎㅎ
숙소는 아이가 아파트 형태의 호텔을 정해놔서 참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매끼 바꿔먹어도 끝이 없이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 나라라서 음식을 해먹을 일이 없지만 부엌도 있고 세탁건조기도 있고 침실 거실 욕실 다 넉넉한 크기에 매일 룸서비스 해주고 수영장과 짐, 마사지샵이 있어 심심할 틈이 없어요 (그래도 한국돈으로 10만원이 안된다는 @@)
주변이 인터내셔널 스쿨과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사는 주거빌딩들이 모여있는 조용하고 역도 가깝고 유명한 맛집들도 있고 해서 다음에 와도 여기로 올 것 같아요 
아침이면 도시락 봉지 들고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 사이를 걸으면 현지 아침의 부지런한 분위기도 느끼고 근처 맛집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고 마트에서 장봐오고 오는 길에 막 깎아서 봉지에 가지런히 늘어놓은 온갖 열대과일을 둘러보고 처음 본 것들 골라 사들고 오며 강아지 델고 아침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과 인사도 하고...


아이들이 전부 아들들이라 평소 길고 깊은 이야기보다는 짧고 굵은 생존 확인 수준의 대화를 하고 살지만 여기 와서 같이 먹고 자고 돌아다니니 수다가 늘었어요 
첫날부터 방콕 내 큰 공원 두군데를 곳곳 다 둘러보고 스카이워크도 걷고 골목길도 가보고 몇시간을 걸으면 사진찍어주고 이것 저것 맛보며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아빠와 동생과 비디오콜로 연결해 현장 보고도 하고 어릴 적 이야기도 하고..
아이와는 여행스타일이 맞아서 더 잘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럭셔리 쇼핑 휴양 이런 것보다는 여기저기 구석구석 뒤지고 싸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하고, 현지 친구들 사귀고 수다떨고 현지인 체험을 더 재미있어하는...
매일 오전은 각자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마다 저 혼자 그랩으로 오토바이 불러타고 시내 가서 구경하고(차 막히는 방콕 시내에서 오토바이는 신의 한수 ㅎ 코너 돌 때 서커스같은 짜릿함은 보너스!), 기차타고 다른 동네에 가서 멋진 거리 구경도 하고 시장도 가고, 호텔에서 매일 마사지를 받다보니 샵 주인과 안면을 터서 온갖 태국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고 한국 얘기도 해주고,..


그리고 이미 저 빼고 다 아시는 얘기겠지만 태국 마사지는 환상이네요 
그 가격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찌 그리 야무지고 기분좋게 쪼물락거려주는지... 마냥 행복~~^^
멋진 방에 생화로 만든 꽃목걸이에 꽃잎이 띄워진 물 위에 엎드려 누워 편안한 음악과 눈이 편안한 아늑한 조명 속에서 능숙한 마사지사의 손길을 받으면 그냥 거기서 꿀잠자게 되는 마력적인 시간이죠 
정확히 정곡을 찌르는 프로페셔널한 손놀림에 시원함을 느끼다가 바닷 속 부드러운 해초가 감싸듯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의 터치를 받으면 여기가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절로 묻게 되는 ㅎㅎ
매끼 싸고도 맛있는 여러나라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시원한 수영장에서 노닐다 마사지 받고 사르르 잠드는데 재미들리니 이제서야 왜 사람들이 태국 태국 하는지 알 것 같아요 ㅋ
아이들 어릴 때는 어디 가면 아이들 챙기느라 제대로 즐기기 힘들었는데 이제 다 커버리니 어른 대 어른이 되어 친구같고 어떤 때는 아이가 저를 챙기는 시기가 되어버렸네요 
앞으로 얼마나 이런 시간을 더 가질지 모르니 지금 옆에 있는 이 시간 함께 먹고 자고 수다떨며 좋은 시간 나누고 가려고요 
남들은 다 해본 태국 여행 뒷북 여행 소감이었어요 ^^

사족.
방콕에선 방콕이 불가능하다는게 저의 깨달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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