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비숫한 놈 키웁니다 ㅜㅜ
징징이, 관종, 애정결핍 고양이예요.
저는 세상 시크한 성격인데 제 고양이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아니면 저 때문에 얘가 이렇게 컸을까요? ㅠㅠ
이건 뭐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고양이의 쿨함, 바운더리
얘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런 건 개나 주… 아니 다른 고양이나 줘, 입니다.
제가 집에 있는 한
얘는 저를 항상 졸졸 쫓아다녀요.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다는 건 잘 상상할 수 없어요.
잠이 들었다면 계속 자기도 하지만
일단 제가 있으면 잘 잠도 안 자고 잉잉 징징대며 제 발치에서 졸졸졸졸 따라다녀요. 그래서 저는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문을 닫을 때 주변을 항상 살피는 습관이 있어요.
꼬리나 발을 밟거나 머리나 꼬리가 문에 끼일까 봐 ㅠ
지가 아무리 종종걸음쳐 봐야 저보다 보폭이 넓을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안방에 갈 때 저를 뒤따라오면
제가 안방에서 할 거 하고 나올 때 허둥지둥 저를 따라 들어올 때가 있죠.
제가 욕실에 갈 때 그걸 눈치채고 따라오면 또
욕실에서 뭐 가지고 나올 때 자기는 욕실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요. 몇 번 거듭되다 보면
얘는 저를 따라오는 게 맞긴 맞는데 계속 저를 놓치는;;
제가 나올 때 들어가고
제가 들어갈 때 나오는 ㅋㅋㅋ 웃긴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럼 저는 놀리죠
“어머 어디 가시나 봐요 ㅋㅋ”
“야옹씨 오늘 좀 바쁘신가 봐요? ㅋㅋㅋㅋ
저는 저기 가야 해서 이만!”
약올리는 걸 아는 건지 그럼 얼굴에
아… 약오르는데??? 으응? 응? 하는 표정이 떠올라요 ㅋㅋ 아웃겨
그러고 저랑 스쳐지나 방에 들어가서는 너무나 약이 오른다는 목소리로
와웅! 와이아아아웅! 하고 울어요 ㅋㅋㅋㅋ
아놔
뭐… 화장실 볼일 보러 들어가면 당연히 본인도 들어와서 무릎에 앉으셔야 되고요.
말은 잘 알아들어서
자 이제 일어나자~! 하면 벌떡 일어나 뛰어내려가긴 합니당.
근데 제가 말로만 그러고 계속 앉아서 폰을 보거나 하면
다시 들어와서
약올라! 나 속았어? 하듯이 울고
다시 또 무릎에ㅠㅠ 올라오죠… 계속 떼어놓을 수는 없어요.
밤에 제가 늦게까지 안 자고 있으면 제가 보이는 곳에서 자기 혼자 먼저 잠들기도 하지만
이거 오래 안 가요. 새벽까지 깨 있으면 결국 지도 깨서 자에게 따지러 옵니다 ㅜㅜ
왜 침대에서 안 자냐? 나 불편하다! 자러 가자 어? 응? 어어어어???
그래서 침대로 가면;; 제가 앉아서 뭘 볼 때가 많은데
이 때 얘는 제 품에 뛰어들어와요.
안으라 이거죠.
얘는… 어… 사람 아기처럼 안기는데 정해진 포즈가 있어요.
엉덩이를 받치고 안으면, 뒷발 두 개는 쩍벌 자세로
제 몸에 자기의 따끈한 배를 착 붙이고
두 앞발로 제 왼쪽 어깨를 잡고 그 위에 얼굴을 얹어요. 그 상태로 잠이 듭니다…ㅠ
무거워요…
한참 그렇게 안고 오른손으로 엉덩이 토닥을 해 줘야 하는데
진짜 한참 하거든요!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내려놓으면…
눈 떠요… 다시 안겨요 ㅜㅜ
저 신생아 키우나요?
다시 토닥해 줘야 합니다 ㅜ
얼마 전에 거실에 둘 의자와 발받침을 샀어요.
다행히 이 녀석은 발받침을 마음에 들어하더군요.
저는 의자에 앉아 양발을 약간 벌리고 발받침 이용 가능,
그 사이에 이 녀석은 동그랗게 말고 자고
평화로운 공존이었어요.
그렇죠… 과거형입니다.
며칠 전부터는 다시 제 품에 안기네요.
응 내려가자, 하고 내려놓으니 발받침으로 안 가고 제 무릎과 허벅지 위에 누워요.
거기서 둥글게 말고 자요.
당연히 불안정하죠. 저는 물 한 잔 마시러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요;;;
이 녀석은 잠들어서는 제 허벅지 한쪽으로 고개가 쭐딱 미끄러지고, 깨고요
그러고 놀라서 사방을 둘러보고
또다시 자요;;; 야이놈아 깬 김에 내려가란 말야!
훅 들어서 내려놓고 제 볼일을 좀 보고 있으면 조금 후부터 크게 울기 시작해요.
우왕! 우와아아앙!
누나가 없다! 이거죠.
하…
나 사랑해 줘서 고마워, 근데
우리가 하루 중에 조금만 각자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고양이야…
- 지금도 잘 치댄 찰떡처럼 따끈하고 말랑말랑한 고양이가 제 허벅지 위에 흐물흐물하게 딱 붙어 있는 채로 이걸 썼어요. 얘는 음… 내가 뭐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