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좀 기네요....
그간 동남아 쪽에서 경력을 빌드업 해왔고, 성과를 인정받아 진급도 연봉도 차곡차곡 쌓아왔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비자스폰서를 해주는 영미권 회사와 인연이 닿게 되었고
직전에 살던 나라/회사에서 남부럽지 않게 돈 모으며 인정받으며 살고 있었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해외생활... 누구나 다 살아보고 싶어하는 선진국에서 저도 한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어렵게 선택한 다음 나라.. 꿈도 목표도 가지고 왔지만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친척도 지인도 없이 정말 나 하나 믿고 온거였는데
초기 정착금이 정말로 많이 깨지더군요
게다가 살던 곳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비싼 생활물가... 하지만 초기엔 다 그렇겠거니
그간 모아온 돈들을 적금까지 깨 가면서 까먹으며 아끼고 버텨왔습니다.
거기에 새로 들어온 회사에서
본래 제 포지션을 맡다가 팀내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한 사수가
정말 누가봐도 눈에 띄게 저를 괴롭히더라구요.
업무에 빨리 적응해서 인정받으려 지난7개월간 악을 쓰고 일했는데
가스라이팅과 업무 떠넘김, 무시와 뒷담화 등을 참고 혼자 생활하기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우울증이 왔나봅니다...
집에 들어가면 옷 조차 벗기 싫은 무기력증으로 종일 침대에서 울고만 있던 생활들
그러다 작년에 건강검진차 한국에 들어갔는데 갑상선암이 있다는걸 발견했구요
회사에 말하고 휴직을 하고 수술을 받고 왔습니다.
보험이 있어 수술비 입원비는 보전이 되었지만
한국을 오가며 든 돈, 정신과 때문에 쓴 돈... 그리고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이 이렇게 허망하게 다 날아가버렸다는 허무함과 자책감
모든 것들이 저를 더더욱 사지에 몰아넣는 느낌이예요.
복직한지 한달이 되었지만
몸이 회복되고 에너지가 돌아오긴 커녕
날마다 코뚜레에 꿰여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로 회사 출근을 하고
하루 종일 아무랑도 얘기하지 않고 일만 하다 집에 오는 생활들
더는 견딜 수가 없을거 같은데
주변 사람들은 그저 견디래요. 견디는 사람이 이긴대요
네가 살고 있는 그나라, 교육이랑 영주권 하려고 돈을 싸들고 가는 사람이 허다한데
그렇게 그만 두고 나와버리면 나중에 후회 안할거냐면서
네, 물론 후회하겠지요
35살에 가정도 없고 모은 돈도 많지 않은 제가
직장까지 없으면 얼마나 비참할지 잘 압니다
저희 부모님 연세도 많으시고 저 뒷바라지 할 만큼 가정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이 병들고 몸이 회복되지 않는게 무서워요
환하게 웃었던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 내던지고, 시골에 가서 몇달 푹 쉬고 싶은 마음
그리운 음식이랑 오래된 친구들, 가족들 얼굴보며 몇달은 그저 쉬고 싶은 마음
철 없고 이기적인 제 마음일까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정답은 없는거 압니다만은
요즘 너무 힘들어요. 동굴 속을 걷는 것만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