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줌마가 되어가는 남편과 사는 법 ^^


주말 토요일 아침
저희 부부에겐 순번 정해서 돌아가며 파니니 사와서 거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음악 틀어놓고 여기가 카페네~ 하고 앉아서 아침을 먹는 날이예요 
남편이 음악 담당인데 첫곡으로 박효신의 ‘눈의 꽃’을 틉니다 
오!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마구 좋아하는 티를 냈더니 어제 티비를 보다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그 유명한 라면씬에 눈의 꽃이 나왔다며  왜 라면 먹으며 우냐고 묻더라고요 
저만 그 드라마를 봤기에 이혜영과 소지섭의 관계와 라면먹게된 상황까지 얘기해 줬더니 눈 껌뻑거리며 얼마나 진지하게 듣던지 ㅎㅎ
듣고 나더니 박효신 노래를 두세곡 더 틀고 눈 노래를 들었으니 이번엔 비 노래도 들어야 한다며 유라이어 힙의 ‘레인’을 틀더군요
저보다 더 감상에 젖는 남편을 보며 노래 잘 골랐네 해줬더니 어깨 으쓱으쓱 무지 좋아합니다 ㅎㅎ


그러다 남편이 갑자기 뭐가 생각난듯 전화기에서 사진을 하나 보여줍니다 
아딸라 접시 사진이더군요 
이게 뭐냐고 했더니 어제 카페에 갔는데 그 접시에 커피를 얹어줬다며 너무 이뻐서 찍었는데 뭔지 아냐고 하길래 아는 척 했더니 저를 막 우러러보면서 놀라는 분위기 ㅎㅎ
하나 사줄까? 했더니 좋다고 입이 쫙~ ^^
그때부터 먹던 샌드위치 내려놓고 커피잔 검색들어간 남편.. (커피잔과 소서랑 다른게 더 이쁠 것 같다며 ;;) 
요즘 스스로 자기 아줌마가 되버린 것 같다고 소심하게 고백하곤 했는데, 카페같은데 갔다가 옆에 아줌마들 몇명이서 수다떠는거 보면 거기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터놓더니만 정말인가 봅니다 


접시와 커피잔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홀가분한 얼굴로 다시 다른 노래를 틀었는데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였어요 
특유의 툭 던지는 창법으로 부르는데 가사가 재미있는 노래죠 
처음 시작이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인데 남편이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 시작
남편이 “나는 싸구려 사탕이야 당신도 스윽 핥고 가셔요”라고 하는 바람에 저는 커피 마시다 뿜고 ㅎㅎ
당신 너무 재밌다며 박수치고 좋아했더니 신나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 계속 찾아서 틀어주네요 
노래만 틀어주는게 아니라 그 노래를 어디서 많이 들었고, 그 노래는 어느 동네 어디를 갈 때마다 들었고, 옛날 얘기를 끊임없이 줄줄줄…
맞아 그때 그랬지, 그 노래랑 진짜 잘 어울렸지..라며 맞장구 쳐주면 좋아하는 남편을 보는데 뭔가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러네요 
전형적인 이과 남편, 문과 아내였는데 50이 넘으니 조물주가 둘을 섞어 다시 빚어내어 긴 인생에 색다른 경험의 기회를 준 듯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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