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베란다에 세탁기를 뒀는데 겨울만 되면 석유난로 틀고 나서 빨래를 해야하고 너무 추울때 아침에 틀어놔도 밤에 녹을까말까 구요.
코인세탁방 가서 세탁하고 오고 난리치다가 세탁기를 하나 사기로 맘먹었어요. 근데 우리집이 구옥이라 화장실은 두개지만 작아요.
놓을 장소가 마뜩치않아서 이고민 저고민 하다가
오늘 낮에 당근에 3.8키로 짜리 세탁기가 3만원에 올라왔길래 3만원이면 빨래방 한번가는 비용인데 맘에 안들면 돈 버리는 셈치고 차갖고 가서 냅다 가져왔습니다.
3.8키로라서 가벼울줄 알았는데 제법 무거워서 판매자랑 같이 제 차에 싫었어요. 교환환불 안된대서 걱정마시라고 절대 추후에 연락안드린다고 했죠.
수도에 세탁기 호스 연결은 제 영역이 아니라서 남편이 주말에 해주기로 했는데 너무 돌려보고 싶은거예요.
샤워기 길게 뽑아서 물 받아서 수동으로 물넣고 돌려봤습니다.
쪼끄만게 혼자 잘 돌아가네요 ㅎㅎㅎ
수건 8장 빨았어요.
기존 드럼 세탁기는 건조기능이있어서 수건을 널 필요가 없었는데 그건 좀 귀찮지만 3만원짜리가 탈수까지 완벽하네요.
퇴근한 남편이 젤 좋아라 합니다. 주말에 산더미 빨래 들고가서 전부 개서 오느라 힘들었나봐요.
이게 얼마라고??? 3만원???? 야~~~~ 이러더니
자기도 돌려보고 싶대요. 내가 물 수동으로 넣어야해서 귀찮을거라고 수도 연결하고 돌리라고 했음에도 혼자 양말 집어넣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세탁기 쳐다보고 있어요. 물 빠지면 오빠가 물 넣어줄께요~~~기다려요~~~ 노래를 부르면서 고 쪼깬한 놈한테서 눈을 못떼고 있네요.
(애들이 다 커서 그런가 작은 거에 이상하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로봇청소기 첨 샀을때도 자기 핸펀에 우리강아지 라고 이름 입력하고 강아지 어딨니? 거깄어? 이러질않나. 브라바 물걸레 청소기 샀을때는 얜 너무 너무 조용한애라고. 소리도 안난다고 기특해하고.)
두 늙은이가 3만원으로 아주 기쁜 하루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