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중학생 아들이랑 싸우고 후회되네요

아들이 국어를 싫어해서 못하고, 못해서 싫어해요
국어학원 보냈더니 짜증이 너무 심해서 그만뒀어요. 원래 학원 잘 안 끊어주는데 저러다가 국어랑 담 쌓겠다 싶어서 그만다니라했더니 신나서 자기 스스로 집에서 하루 한 시간씩 문제집 풀어보겠다고 하다가 오늘 터졌네요

이방원 하여가 중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만수산이 쓰러져가는 고려왕조를 상징하는걸 알아야하는 문제였어요
자기가 이걸 왜 알아야하냐고, 만수산 생전 첨 들어본다고 화를 내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때부터 저도 화가 나기 시작해서 모르면 알면되지 않냐, 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인데, 모르는 게 나올때마다 화를 내면 국어는 평생 안할거냐고 했더니 눈을 똑바로 뜨고 저를 쳐다보는거에요. 그 작은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부라리면서.
기가 막혀서 어따대고 눈을 그렇게 뜨냐고 했더니 그럼 대화할 때 상대방 눈을 보지 어딜 보냐고 하대요.

크면서 툴툴거리기는해도 반항 한 번 한 적도 없던 아이가 저렇게 나오니까 너무 기막혀서 제가 큰소리 치다가 막 눈물이 나는 거에요. 황당하고 마음 아파서. 근데 애가 보기엔 엄마 혼자 급발진하는 거 같았겠죠. 만수산 가지고 징징거리기 시작할때 그냥 방으로 들어갈 껄, 그걸 못참고 흥분해서 울기까지 하고. 제가 우니까 자기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울먹거리더라구요.

휴...한바탕하고 전 샤워하고 아들은 산책나갔다와서 소강 상태인데 이 분위기 어째야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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