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제 인생을 통째로 도려내고 싶어요..

저는 주변 환경을 탓할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어요.
부모님이 잘 먹이고 입히고 대학보내고 잘 키워주셨고
순둥한 남자 만나 - 물론 대화도 사랑도 없고 비전도 없지만 외벌이로 늘 월급통장 다 가져다주는 착실한 사람과 결혼생활도 십년 넘게 해왔고
아이들도 무난하게…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성실하게 학교생활하고 있고

그런데 제가 다 망쳐놓은 것 같아요
모은 돈도 하나도 없고
당장 내일 어떻게 살지.. 계획도 없고
아무리 정신 차리려고 노력해도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못하겠고
그냥 쓰레기같이 살아요..
제가 너무 쓰레기같아요..

예를 들어 결혼하고 지금껏 양가부모님들께 명절되면 20-30만원밖에 못드려요. 다들 40-50대 되면 그동안 착실히 모은 돈으로 이럴 때 100만원씩도 턱턱 드리고 가전도 바꿔드리고 한우다 옷이다 좋은 선물도 많이 드리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요.. 부모님은 가끔 100씩도 주시는데 너무 부끄러워요. 있는 족족 다 쓰고 정작 써야하는 이럴 때 아주 기본 외에 더 해드릴 수 있는 능력이 안되는 거죠.. 이런 운영을 저는 하나도 못해요.. 이건 아주 사소한 예구요..

남들이 하루에 스무가지 일처리를 한다면 저는 한두가지를 간신히 간신히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 밥을 차리고 치우는 일.. 그거 말고는 뭘 더 계획하고 더하고 빼고 사고하고 하는 걸 못하겠어요. 여행계획 재정계획 아이들 학업계획 이런걸 손도 못대요. 그런걸 하려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고 손이 떨려요.. 그냥 누워있어요..
저는 학교 안에선 반에서 3-4등이었지만 인생의 성적을 매긴다면 100명 중에 99등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악랄한 범죄자들 제외 바로 윗단계지
않을까.. 무식하고 무절제하고 주변인 생각 안하고 앞날 생각 안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하루하루 사는 노숙자 수준..


죽고싶은데 죽는건 무섭고..
몸과 마음이 너무 아파요..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져요..
체중계에 올라가면 겁이 덜컥 나요.
아이들 클 때까지 돌보는 일도 너무 두렵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일상 아닌 큰일이 닥치면
무너져내릴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큰일이..
큰 병이든 큰 빚이든 곧 닥칠 것만 같아요..
침대에서 한발짝도 못나가겠어요..
무슨 일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친구나 가족들에게도 말 못하겠고..
정신과에 가면 정말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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