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버지 댁에 인사드리러 다녀왔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서울에 남은 아버지 형제분이 한분이라
와서 밥먹으라고 하시는데
식사시간 피해서 잠깐 들렀다 오는데
근황토크를 하다가 그 집 손녀딸들이 요새
대학수시 붙고 알바를 해서 돈을 꽤 많이 벌었다고
그래서 어머 작은 아버지 좋으시겠다
애들이 할아버지 맛있는거 사드린다고 하겠네요
하는데 머쓱하게 그냥 웃으시는거에요
작은엄마가 애들 얼굴도 못본다고 하시는데
작은아버지 내외분은 맞벌이하는 사촌들네 애들 넷을
돌아가며 다 중학교때까지 키워주심
손녀딸이 아침밥 못먹고 학교갈까봐
할머니인 작은 엄마가 마을버스타고 새벽에
반찬 싸가지고 가서 밥먹여 학교보내시는걸 거의 십년을 하셨죠
아빠 살아계실 때 우리집에 오실때는
꼭 애들 데리고 오셨어요
달리 둘데가 없으니 애들도 잘 따라다니고
할머니 할머니 하고 손잡고 다니는 애들이었거든요
근데 또 저나 그애들 아빠인 사촌들은
할아버지가 20대 중반까지 사셨는데
남자인 사촌들은 할아버지 병원에 입원하면 번갈아가며 간병침대에서 자고
저는 대학교 들어간 이후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한달에 한번은 꼭 찾아가서 뵙고 그런 문화에서 자랐거든요
우리 할아버지가 작은아버지처럼 자상한 할아버지냐 그것도 아니고 ㅋㅋㅋ
지금도 생각나요.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할아버지가 절해여. 이러시고 앉으시면 절하고
할아버지가 묻는 말에 대답하고
그때 그때 제 경제수준에 맞게 할아버지 손수건이며 양말, 화장품, 간식거리
이런거 조금씩 사다드리면 할아버지가 잘 쓰마. 하시고
그때 할아버지 방 냄새랄까 ... 약간 담뱃재 냄새랑, 올드스파이스 화장품 냄새랑
그래도 할아버지 댁엔 가는거, 할아버지 필요한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서
뭐라도 들고 가야 하는거. 정 살거 없을 땐 바나나 한뭉치라도요 ㅎㅎㅎ
그때 작은엄마가 할아버지 모시고 사셨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얘 밥먹고 가라. 꼭 그러시고
그때는 밥까지 먹었어요.
할아버지가 손녀랑 겸상해서 밥먹는거 좋아하셔서요.
나중에는 요령이 행겨서 작은엄마 덜 힘들게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걸 사들고 갔었죠. 김초밥이나 유부초밥. 장국까지 다요 ㅎㅎㅎ
작은아빠나 작은엄마는
옛날에 할아버지처럼 권위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자상하고 헌신적인 조부모인데
애들은 저희때처럼 의무감으로 조부모한테 잘하는 세대도 아니고
좀 섭섭하시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ㅎ
대학 합격 전화만 하고
알바하느라 1월 중순까지 얼굴도 못봤다고 하시니 ㅋㅋㅋ
옛날이랑 지금이랑
각 나이대에 요구되는 행동이 많이 달라지고 없어진거 같아요
물론 저도 이제는 명절때 웬만하면 외국으로 날라서 안나타나기도 하는 날라리가 됐지만
그래도 명절전후로는 아 집안 어른들에게 전화라도 돌려야 하나
압박감이 있는데 말이죠
그때 제가 딱 지금 저 조카딸들 나이인데
저는 지금으로 치면 한 삼십대? 사십대 정도로 행동했던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