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금 온다고?
언제?
밥해놓으라고?
대충 이런 내용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전화를 끊은 친구왈
이런 망할 영감탱이. 코로나가 걸려서 배 못타고
도로 집으로 돌아온단다.
그 와중에 밥해놓으란다.
이러면서 흥분흥분.
어찌될지 모르니 떡국이나 배부르게 먹자.
우리는 얼른 떡국을 씹는데 떡국인지 돌인지 모르겠다.
대충 먹는 시늉을 하는데
그집 딸이 엄마 나는 모르니까 알아서 해.
하면서 손녀딸을 데리고 사라진다.
얼른 붙잡아서 잡채랑 반찬들 가져가라고 싸주고.
친구는 이제부터 그 반찬들 처리가 걱정이다.
친구남편?
보통사람들이랑 식성이 많이 다르다.
배추김치 노, 나물 노, 잡채 노노.
해물탕도 아무것도 없이 대구만 넣고 얌전하게 끓인
지리만 대령해야 한다.
음식을 봉지봉지 싸서 오늘 합류하기로 한 친구꺼 포장.
그래도 많이 남는다.
또다시 3여인네가 봉지봉지 한보따리 싼다.
위아래옆 주민들에게 반찬 가져가라고 전화돌린다.
잡곡밥 안먹는 남편 땜에 밥까지 다 포장해서
방문하는 이웃에게 떠안긴다.
좀처럼 볼 수없는 진풍경이다.
남은 떡국은 어쩔 수 없이 음쓰통으로 향한다.
너무나 아깝다.
애시당초 2박3일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서 사람들을
더 불러 놀기로 한 탓에 음식물의 앞날이 이럴줄은 몰랐다.
친구남편은 자기가족 말고 누가 집에 오는걸 아주 싫어한다.
젊은날엔 친구가 누구를 만나는 것도 아주 꺼려했다.
젊어서는 남편이 있을때나 없을때나 집에 있든지
아니면 수시로 걸려오는 남편 전화를 받아내야했다.
그래서 간신히 합의 본게 우리랑은 어울려도 좋다였다.
어쨌든 그날은 남편에게 통보없이 우리끼리의 약속이었기에
우리의 흔적지우기를 위해서 음식 지우기를 했다.
음식을 어느정도 비웠을때 친구가 갑자기 무를 꺼내든다.
그러고선 깍두기를 담가야한단다,
웬 깍두기?
어제 전화가 와서 깍두기가 먹고 싶다고 했단다.
하겠다고 하면 주문하는게 세세하게 많아 자기도 모르게
벌써 했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그러니 집에와서 제일 먼저 찾을 무깍두기.
당장 담가야겠지.
그런데 친구가 떨려서 무를 썰 수가 없단다.
그래서 내가 썰게. 하고 칼을 잡았다.
그새 풀을 쑤던 친구가 내가 썬 무를 다 버려야 한단다.
왜? 너무 커?
아니. 크기가 너무 골라서.
나는 대충 삐뚤빼뚤 들쭉날쭉 썰거든.
다행히 무를 2개 사왔어.
이거는 그냥 갖고 나가자.
우여곡절 끝에 김치도 담그고 이불도 치우고
안빤 수건도 숨기고 청소기도 돌리고
내가 칼각 잡아놓은 쇼파위도 적당히 흐트렸다.
나도 너무 떨려서 세수도 화장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손닿는 곳에서 뭐든 다 찾을수 있도록 물건배치를 해서
친구를 찾지않아도 되게끔 세팅해 놓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전화는 서너차례 더왔다.
배가 정박해있는 다른 도시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있긴 하나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친구는 우리가 서울 올라가는 다음날 시댁제사가 있어
비행기를 타야하고 손주를 돌보기 때문에
코로나 간병을 할 수 없다고 몇번이나 설명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증상도 없고 아프지않기 때문에
전염성이 없을거라고 같이 있어도 된다고 계속 전화한다.
어쨌든 설득은 성공했다.
이제 그가 오기 전에 여기를 다함께 빠져나갈 수 있을거 같다.
그런데.
우린 어디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