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시간이 없어서였던건지 꼭 저한테 큰일 보며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처음 몇번은 우연이구나 했는데 그 우연이 반복되는거죠.
대화 중간에 묘 하게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가 나른해지는 짧은 찰나.
그리고 비데에 앉아있으면 나는 우웅ㅡ하는 소리.
비데쏘는 소리, 쪼르륵 하는 소리, 휴지 감아올리는 소리.
화장실이시냐고 물어보면 거리낌없이 그래 왜? 하셔서 더 당황케 했던 엄마.
그도 아니면 뭔가 드시면서 전화하더라고요
오이를 씹던 고구마를 깎아먹던 식사를 하던.
오드득 오드득
나름 예의있는, 조선 이씨 왕족 후손이라 기품있는 당신이라고 자부심이 쩌시는 탓에 쩝쩝소리는 안 내시지만.
우리 엄마, 치아 하나는 역시 탄탄하시다 감탄이라도 해드려야하나
매번 통화할 때마다 이러서셔 하루는 솔직히 얘기했어요.
바빠서 이 시간밖에 통화가 안 되는 거 아니시면 화장실 볼일 끝나고 전화주세요 라고.
그랬더니 왜? 들려? 얘는 사람 다 똥싸고 밥먹는데 왜, 에미 똥오줌이 벌써부터 더럽니? 너한텐 나 늙어서 수발 들어달라 못 하겠다, 얘 너 참 무섭다.그래 너 혼자 깨끗하게 살아라 하시더니 전화 안 하시더라고요.한달쯤.
그런데 그간 언니에게도 똑같이 하셨었나봐요.
언니에게는 제게 전하라는 듯이
나, 걔랑 연 끊었다! 고 당당하게 얘기하시더래요.
언니는 아 그러세요 하고 엄마를 달래거나 이해하시라고 설득도 안 했구요.
지금은 저한테 전화하실때 아무것도 안 할때 거십니다.